책은 현학적인 이론의 늪에 빠지거나 단순한 연대기적 나열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신 소리가 탄생하던 순간의 공기와 창작자의 고투, 그리고 사운드 이면에 깃든 멜로디의 보편적 아름다움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길어 올린 유리스믹스의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에 서린 불안의 공기부터, 물에 불어 터진 유년의 일기장처럼 빛바랜 낭만을 복원하는 보즈 오브 캐나다의 질감, 서늘한 디스토피아의 풍경을 매혹적으로 가르는 '블레이드 러너'의 장엄한 브라스까지, 텍스트는 건조한 메커니즘을 넘어 귀로 듣는 심상을 활자로 선명하게 직조해 낸다.
'백 투 더 하우스'와 '댄스 뮤직 아카이브'를 통해 한국 전자음악 신(scene)의 역사를 기록해 온 이 음악 평론가의 저널리스틱한 공력은 책의 단단한 골조를 이룬다. 하우스와 테크노, 트립합과 레이브 문화 등 장르 분화의 기술적 인과관계를 짚어내면서도,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저항적 에너지와 댄스플로어의 원초적 해방감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차가운 회로판 위에서 기어이 인간적인 온기와 시대를 향한 태도를 발견해 내는 시선이다.
결국 이 책이 가리키는 곳은 기계의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기계를 매개로 확장된 인간 감정의 지형도다. 낯선 전자음의 숲에 선 입문자에게는 가장 명쾌한 나침반이, 고전의 심연을 더 깊이 응시하려는 리스너에게는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는 미학적 지도가 돼 준다. 소리의 파동이 어떻게 시대를 통과하는 하나의 문장이 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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