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진보센터에 "보고서 철회하고 사과하라" 요구
연구소 "재판에서 더 많은 증거 확보 기회 환영" 조롱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국 여러 도시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것이 강력범죄를 줄이는 효과가 없었다는 보고서를 낸 미국진보센터(CAP)를 상대로 50억 달러(약 6조9375억 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의 위협이 미 수정헌법 1조가 일반적으로 보호하는 비판자들의 권리를 처벌하려는 최근 시도라면서 소송이 CAP로 하여금 돈을 쓰게 만들고 트럼프 세력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알레한드로 브리토가 지난 17일 CAP에 서한을 보내 지난달 13일 웹사이트에 게재한 보고서를 전면 철회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했다.
브리토는 주방위군에 관한 이 보고서가 악의적이고 허위인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CAP측에 21일 오후 5시까지 보고서를 철회하고 트럼프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CAP는 “겁먹고 움츠러들지도, 굽히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보고서가 “트럼프 정부에 불편할” 수 있지만 “엄격한 증거에 기반한 연구와 분석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CAP는 이어 “수정헌법 제1조는 행정부의 주장이나 논리와 배치되는 사실과 분석을 발표할 수 있도록 보호한다. 이번 소송은 우리를 침묵시키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부가 미국 역사상 가장 투명한 정부라고 거듭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와 그의 보좌진은 로펌과 대학, 텔레비전 방송사를 공격하기 위해 소송과 행정명령을 이용해 왔다. 또한 기자들로부터 민감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기자들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대배심 소환장 같은 형사법적 수단도 사용했다.
이러한 시도 가운데 상당수는 법원에 도달해 사법적 심사를 받자 좌절됐다.
브리토 자신도 트럼프를 대신해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실패했다.
지난달 플로리다주의 한 연방법원 판사는 브리토가 트럼프를 대신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부적절한 자기거래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브리토를 징계 절차에 회부할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했다.
CAP의 보고서는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전에 이미 시작된 전국적인 강력범죄 감소를 자신의 성과로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주방위군 배치가 범죄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으며, 주방위군 배치가 올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납세자들에게 17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주방위군 배치의 “주된 목적은 범죄를 막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대신 이 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위험한 권력 장악 시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팀은 주방위군이 배치된 도시인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멤피스에서 2023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의 살인, 강력범죄, 총기 피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트럼프는 지난주 이 보고서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 뒤 소셜미디어에서 이 보고서를 언급했으며, 이를 “또 다른 급진 좌파의 사기극”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게시물에서 CAP와 이 단체의 자금 제공자 가운데 한 명인 진보 성향의 금융가 조지 소로스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했다. 소로스는 오랫동안 트럼프 정부의 공격 대상으로 이용돼 왔다.
1주일 뒤 브리토의 서한이 CAP에 도착했다. CAP가 보고서를 철회하고 사과하며 트럼프에게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금전적 보상을 하지 않으면 트럼프가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CAP 측 케빈 메츠 변호사는 21일 브리토에게 보낸 서한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진실은 명예훼손이 아니며, 명예훼손일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메츠는 이어 CAP가 재판 과정에서 주방위군 배치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기회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성향이 서로 다른 다른 싱크탱크들도 CAP를 지지하고 나섰다.
자유주의 성향의 카토(CATO) 연구소의 피터 괴틀러 대표는 “이념적 성향을 막론하고 독립적인 단체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복이나 법적 위협을 당할 두려움 없이 자신들의 분석과 의견을 표현하고 권력자들에게 이의를 제기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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