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물 바이백 회차당 한도 20억→40억달러 이상
9월9일~11월4일 적용…JP모건 "부채 총액은 못 줄여"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시장의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미 시행 중인 바이백의 회당 한도를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하자, JP모건은 장기채를 되사는 데 쓴 현금을 단기채 발행으로 보충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을 신용카드로 갚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CNBC는 21일(현지시간) 기업·산업의 기초여건 분석을 총괄하는 제임스 설리번 JP모건 글로벌 펀더멘털 리서치 공동대표가 자사의 아침 경제·시장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9일 만기 10~20년과 20~30년짜리 장기 국채를 되사는 한도를 한 차례당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9월9일부터 11월4일까지 시행된다.
바이백은 재무부가 과거 발행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제도다. 장기 국채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게 이번 조치의 목적이다. 다만 이는 재정적자나 신규 차입을 줄여 국가부채 자체를 낮추는 대책은 아니다.
설리번 공동대표는 재무부가 장기 국채를 되사면서 단기 국채 발행을 늘리는 방식을 장기 채무를 단기 차입으로 갈아타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을 신용카드로 갚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당장은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만기가 빨리 돌아오는 단기 국채를 더 자주 새 국채로 갈아타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미국의 총 국가부채는 40조127억달러로, 20일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약 5경5700조원이다. 이 가운데 정부 내부 계정을 제외하고 연준과 국내외 투자자 등이 보유한 ‘부채’는 32조2635억달러다. 나머지 7조7492억달러는 사회보장신탁기금 같은 정부 내부 계정이 보유하고 있다.
부채 공급 압력은 미국에 그치지 않는다. 설리번 공동대표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정부 부채가 약 76조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가 차입을 늘리면서 시장이 소화해야 할 국채 물량도 불어났다는 것이다.
기업 차입도 채권 공급을 늘리고 있다. 설리번 공동대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해외 생산기지의 미국 회귀, 국가안보 관련 투자가 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데 과거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한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JP모건 집계에 따르면 주요 AI 기업이 올해 들어 회사채 등으로 조달한 부채성 자금은 2000억달러(약 278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늘었다.
채권 공급이 늘어난 가운데 미 국채를 꾸준히 사온 중국 등 일부 해외 투자자의 수요는 약해졌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지난 6월 6334억달러로 전달보다 4% 줄어 2008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3% 넘게 감소했다. 다만 같은 달 해외 투자자의 미 국채 전체 보유액은 9조2990억달러로 전달보다 줄었지만 1년 전보다는 2.3% 많았다. 따라서 중국의 보유 감소를 해외 투자자 전체의 미 국채 이탈로 볼 수는 없다고 CNBC는 진단했다.
반면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기관이 연준에 맡긴 미 국채 잔액은 줄었다. 미 연준의 주간 자산·부채 통계에 따르면 연준이 외국 중앙은행·정부기관과 국제기구를 위해 보관하는 미 국채 가운데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국채 잔액은 지난 19일 2조5862억달러로 약 1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이 수치에는 이들 기관이 연준에 맡긴 국채만 포함되며, 민간 투자자가 다른 금융기관에 보관한 국채는 포함되지 않는다.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서 채권은 투자자금을 놓고 주식과 더 치열하게 경쟁하게 됐다. JP모건 자료상 채권 수익률은 현재 S&P500지수의 이익수익률을 웃돈다. 이익수익률은 기업 이익을 주가로 나눈 값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채권이 주식보다 높은 총수익을 낸다고 볼 수는 없다.
설리번 공동대표는 “이런 환경이 이어지면 주식과 채권에 얼마씩 투자할지 정하는 일이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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