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전날 "유례없는 일방 통보"…제청 반려 검토
임명동의안 안 보내는 방식으로 행사 가능성도
대법관 증원 앞두고 '길들이기' 나섰다는 비판도
법조계에선 대법관 증원을 앞둔 '길들이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반려 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조 대법원장의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두고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유례 없는 일방통보"라는 입장을 냈다.
이 대통령은 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제청을 반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정해진 방침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장 개인에게 신임 대법관 제청권을 부여한 것은 1972년 유신 헌법이 처음이다. 1987년 민주화에 따른 개헌으로 국회 동의권이 추가돼 현행 '대법원장 제청, 국회 동의, 대통령 임명'(헌법 제104조 2항) 체제가 됐다.
군사독재 시기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형식적인 것에 그쳤고, 민주화 이후에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본 뒤 제청 절차를 시작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2023년 6월 박순영·정계선 대법관 후보가 제청될 시 임명 거부를 시사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이 서경환·권영준 현 대법관을 제청하며 갈등을 피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재명 정부 들어 대법원과 청와대는 지난 1월부터 첫 대법관 후보에 대한 조율을 시도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고, 결국 조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사전 조율 관행은 파기됐다.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하면 이 역시 헌정사 첫 사례가 된다.
즉시 거부가 가능하다는 측에서는 합의를 못 본 대법관 후보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낸다고 해도, 국회 다수를 차지한 여당이 인준할 가능성은 낮고 청문회만 가혹해질 수 있다고 본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대로 국회로 손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보내면 이를 부결시키기 위해 아주 비정상적으로 가혹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결정을 미루면 대법원에서 상고 사건 처리가 제대로 안 되는 데 대한 책임을 청와대가 또 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면으로 거부를 통보한다면 '행정청 처분'으로 해석돼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임명동의안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형태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유승익 명지대 법학과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소극적 방식을 띄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즉시 반려'는 국회 동의 절차도 무시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위헌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동의 절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 않는 것은 모르겠으나 지금 단계에서 반려를 한다면 국회 동의 절차를 무시하게 돼 명백히 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제청을 강행한 배경에 대법관 증원을 앞두고 사법권 독립을 분명히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대로 임명권자에게 밀리면 대법원 구성이 편중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3월 여당 주도로 통과된 '사법 3법' 중 하나인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대법관 12명이 늘어날 예정이다. 모두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임명된다. 여기에 이 대통령 임기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10명이 퇴임할 예정이라 무려 22명을 구성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 증원되는 대법관들과 퇴임하는 대법관을 인선하기 전 대법원장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며 "다른 대통령들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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