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설 늘어난 곳, 새 종류 줄었다"…中 연구진 발표

기사등록 2026/08/21 14:06:11

중국 2344개 현 10년간 조류·태양광 정책 분석…사이언스지 게재

태양광 정책 강도 높을수록 조류 다양성 2.1% 감소…농경지·초원서 영향 커

KAIST 연구진 "한국도 농촌·간척지 태양광 입지 신중히 따져야"

[신화/뉴시스] 중국 칭하이성 티베트 고원에 조성되고 있는 타라탄 태양광 패널 농장에서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2025.08.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태양광 발전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발전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 따라 조류 생태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사막보다 농경지와 초원처럼 기존 생태계가 형성된 지역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섰을 때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농촌과 간척지 등이 태양광 부지로 활용되는 만큼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생물 다양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따르면 후이밍 장 중국 난징정보과학기술대 교수 등 연구진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2344개 현의 조류 관찰 자료와 태양광 정책, 환경·사회경제 정보를 종합해 태양광 확대와 조류 다양성의 관계를 분석했다.

◆중국 태양광 부지 4520㎢…커지는 '녹색 딜레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빨라지는 중심에는 태양광 발전이 있다. 중국 역시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태양광 발전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60년에는 태양광이 중국 전체 에너지 구성의 약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기준 중국의 태양광 발전시설 면적은 약 4520㎢로 추정된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와 맞먹는 규모다.

태양광 확대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넓은 토지가 발전시설로 바뀌면서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태양광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기존 연구 결과는 엇갈렸다. 넓은 부지를 차지하는 태양광 시설이 조류 서식지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패널 아래 생기는 그늘과 낮은 온도, 높은 습도가 식물 생장을 돕고 훼손된 지역에서 새로운 서식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연구진은 이를 탄소 감축과 생물다양성 보전 사이의 '녹색 딜레마'로 설명했다. 태양광의 생태적 영향이 지역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어디에 발전시설을 설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태양광 정책 강할수록 조류 다양성↓…한국도 입지 주목

분석 결과 태양광 발전 확대 정책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일수록 조류 다양성이 낮았다. 정책 강도가 평균보다 1표준편차 높을 경우 조류 다양성은 2.1% 감소했다. 감소 효과는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발전한 지역과 사막이 아닌 지역에서 더 두드러졌다.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조류와 철새·텃새 등에서도 영향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태양광 패널 자체보다는 발전단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토지 이용 변화에 주목했다. 농경지와 초원 등이 발전시설로 바뀌면서 새들이 먹이를 찾거나 쉬고 번식하던 공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태양광 시설이 들어선 뒤 겉으로 녹지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조류 다양성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이다. 패널 아래 식물이 자라면서 녹지는 늘 수 있지만 기존 서식지보다 식생이 단순해져 다양한 조류가 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에도 시사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범순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장·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와 성한아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교수는 "한국에서도 철새 이동경로에 위치한 풍력발전기 입지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왔고 태양광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이 문제의 심각성이 입증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두 연구자는 태양광이 사막보다 농지나 초지에 설치됐을 때 조류 다양성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국내에서도 철새도래지로 알려진 간척논이나 인공담수호 등이 태양광 설치 부지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넓은 면적을 패널로 덮으면 농지와 초지를 서식지로 이용하던 조류가 줄고 일부 종만 남는 단순한 생태계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교수는 "태양광 설치 부지로 농촌이 각광받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농경지를 서식지로 이용해 온 새들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도 태양광 발전 확대 자체보다 입지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막·건조지역과 달리 농업 생산성이 높거나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지역에서는 대규모 토지 전환을 최소화하고, 사업 허가 단계부터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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