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십년 제재 버텼는데…트럼프 '경제적 디데이' 통할까

기사등록 2026/08/21 14:40:50 최종수정 2026/08/21 15:38:22

스콧 베선트, 24일 구체적인 제재 방식 등 발표 예정

이란 거래 제3국까지 제재 예고…"우리 편 아니면 적"

수십년 제재 버틴 이란·中 협조 여부에 실효성은 의문

[테헤란=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막대한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는 이른바 '경제적 디데이(economic D-Day)'를 예고했다. 사진은 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아르바인 의식 중 한 여성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2026.08.21.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신속한 승리를 공언한 지 약 6개월이 지났지만 중동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겨냥한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예고했다. 다만 이란이 수십년 간 미국의 제재를 견디며 우회로를 구축해온 만큼 추가 제재가 전쟁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막대한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는 이른바 '경제적 디데이(economic D-Day)'를 예고했다. 구체적인 제재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에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하는 국가라면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편이거나 우리에게 맞서는 것"이라며 "이란에 돈을 송금하거나 원유를 구매하고 해상 운송을 계속한다면 미 재무부와 미국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이번 제재를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라고 규정하며 경제적 압박이 현재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이란을 상대로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공화국 수립 이후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으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뒤 경제적 압박은 더욱 강화됐다.

현재 전쟁에서도 미국은 이미 '경제적 분노 작전'을 통해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주도하는 금융제재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결합해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 국방부 정책고문을 지낸 임란 바유미 애틀랜틱카운슬 지정학 전문가는 이번 추가 제재가 군사적·경제적 수단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트럼프 행정부의 좌절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사실상 이 전쟁에서 막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경제적 압박을 다시 한번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3국까지 겨냥한 '2차 제재'…中 동참 여부가 관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서 8년간 근무한 경제제재 전문가 마이클 파커는 새로운 제재의 핵심은 이란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압박하는 '2차 제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그동안 외국 금융기관에 2차 제재를 위협하며 대이란 제재 동참을 유도해왔지만, 이번에는 달러와 이란에 동시에 연결된 거래 전반으로 제재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제재 회피를 돕거나 이란으로 자금을 보내는 외국 금융기관 등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란은 기존 제재를 우회하는 데 상당한 능력을 보여왔다.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이나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위장기업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런던증권거래소의 수출통제·제재 담당자인 모하메드 함무다는 "이란은 매우 빠르게 적응한다"며 "어떤 제재를 가하더라도 이를 우회하는 새로운 길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결국 새로운 제재의 성패는 이란보다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이 미국의 압박에 얼마나 동참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제재 대상에는 미국의 동맹국인 튀르키예와 이라크뿐 아니라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이란산 원유 수입국인 중국 등이 미국의 요구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바유미는 "중국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이들 국가는 모두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맺으면서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켜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 역시 또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전반적인 전략이다. 명확한 전략이 없다면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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