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비용 최대 24조원…공공부채 5768조 佛, 재원 마련 '고심'

기사등록 2026/08/21 11:22:51

의원 50명, 규제저축 500억유로 기후 적응 활용 제안

사회주택 재원과 충돌…2027년 예산 연내 처리도 불투명

[블라공=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서부 블라공 인근 숲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6.07.30.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프랑스가 올여름 폭염 피해 비용을 최대 150억유로(약 24조5000억원)로 잠정 추산한 가운데, 막대한 국가부채로 재정 여력이 줄자 국민 저축 500억유로(약 81조6000억원)를 폭염·산불 대비에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가 피해 복구와 향후 폭염 대비에 수십억 유로를 추가로 써야 하지만, 재정난에다 과반 세력이 없는 분열된 의회와 2027년 대선을 앞둔 정치 상황까지 겹쳐 재원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모니크 바르뷔 생태전환부 장관은 앞서 지난 12일 주택 피해와 소득 손실 등을 포함한 올여름 폭염 피해액이 100억~150억유로(약 16조3000억~24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지난 17일 산불 피해를 본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라포르주를 찾아 지롱드주와 랑드주에 1200만유로(약 196억원)를 직접 지원하고 재산세와 사회보장 분담금을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이들 대책에 모두 1억유로(약 1631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날 남부 바르주에도 같은 지원책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금액에 바르주 지원까지 포함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지원을 확대할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을 합친 공공부채는 올해 1분기 말 3조5361억유로(약 5767조7000억원)였다. 국내총생산(GDP)의 117.5%로 유럽연합(EU)이 정한 기준값인 60%의 두 배에 가깝다.

프랑스의 2025년 재정적자는 GDP의 5.1%였다. 정부는 국방비를 늘리고 대규모 증세는 피하면서도 재정적자를 2029년까지 EU 기준인 GDP의 3%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 재무부의 의뢰를 받은 경제학자들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2032년까지 지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리는 조치를 합쳐 1250억유로(약 203조9000억원) 규모의 재정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정도로 재정수지를 개선해야 장기적으로 부채비율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2030년 재정적자는 GDP의 6.8%, 공공부채 비율은 GDP의 130.5%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폴리티코는 그럼에도 긴급 복구를 넘어 장기적인 기후 적응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기후 적응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감축’과 달리 건물을 폭염에 견디게 개조하고 공공시설에 냉방시설을 확충하며 홍수·산불 방어력을 높여 이미 현실화한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는 정책이다. 산불 피해 지역인 아르카숑만 일대를 지역구로 둔 소피 파노나클 의원은 “수십억 유로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기후 적응 논의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AP/뉴시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국회에서 내각 불신임 투표 표결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2025.10.16.
이런 우려는 의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보수 공화당 소속으로 상원 재정위원회에서 예산 감시 역할을 맡은 장프랑수아 위송 의원은 이미 배정한 재원과 산불 대응 약속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재원 배분과 지원 규모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좌파 진영의 에리크 코케렐 하원 재정위원장도 기후 대응비를 반영한 올해 수정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의회에서 거론되는 대안 중 하나는 민간저축 활용이다. 바르뷔 장관이 이 방안을 제시한 데 이어 파노나클 의원을 포함한 의원 50명은 리브레A 등 정부가 운용처를 관리하는 비과세 저축상품에 쌓인 돈 가운데 500억유로를 폭염에 견디도록 건물을 개조하고 공공시설 냉방을 확대하며 홍수 방어력을 높이는 기후 적응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저축상품에 들어온 예금의 약 60%는 프랑스 공공 금융기관인 예금공탁공사로 이관된다. 예금공탁공사는 이 돈을 사회주택 건설과 도시재생, 지방정부 사업 등의 장기대출 재원으로 쓴다.

문제는 이 돈이 이미 사회주택 등 다른 공익사업에 쓰이고 있어 기후 적응에 배정하려면 기존 사업과의 재원 배분을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경제부는 2025년 같은 저축자금을 국방비에 활용하자는 비슷한 구상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제안도 재원 배분을 둘러싼 논쟁이 예상된다.

민간저축 활용과 별도로 일부 부처는 기존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로랑 뉘녜스 내무장관은 오는 9월 재난안전 체계를 현대화하는 법안을 내놓고 경미한 신고에도 소방관이 일률적으로 출동하는 현행 지령 체계를 손질할 예정이다.

기후 대응에 얼마를 배정할지는 올가을 시작되는 2027년 예산안 심의에서 결정된다. 르코르뉘 정부는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심의는 10월 시작된다. 프랑스의 2025년도와 2026년도 예산은 법정 시한을 넘겨 각각 2025년 2월과 2026년 2월에야 확정됐다. 정부가 한정된 재원으로 국방비 확대와 재정적자 감축, 기후 적응 투자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만큼 올해도 연내 예산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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