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덕인가, 사람 덜 써서인가…英민간 생산성 전년보다 1.8% 늘어

기사등록 2026/08/21 10:57:15

IT·전문서비스는 AI 기여 가능성…숙박·도소매는 고용 축소 영향

청년실업률 16.2%…10월 예산의 재정 여력 반영은 일러

[스컨소프=AP/뉴시스] 영국 링컨셔 스컨소프의 브리티시 스틸 공장의 모습. 2025.04.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영국의 올해 2분기 민간부문 생산성이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하며 2024년 이후의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인공지능(AI) 확산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는 분석과 일부 업종의 채용 축소·감원 때문에 근로자 1인당 산출량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맞서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모건스탠리가 산출한 민간부문 생산성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올해 1분기 1.2%에서 2분기 1.8%로 높아졌고, 미국과의 생산성 증가율 격차도 줄었다.

이번 분석에서 생산성은 근로자 한 명당 산출량을 뜻한다. 모건스탠리는 교육·보건 등 공공부문 비중이 큰 업종을 제외하고, 영국 정부의 근로소득세 원천징수(PAYE) 행정자료로 노동력 규모를 추산했다.

민간부문만 대상으로 한 모건스탠리 지표와 달리, 영국 통계청(ONS) 지표는 영국 경제 전체를 포괄한다. ONS가 18일 발표한 지표에서 PAYE 행정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2분기 근로자 1인당 산출량은 전년 동기보다 1.4% 늘었다. 기존 노동력조사(LFS)를 토대로 계산한 증가율은 0.4%였다. ONS는 낮은 응답률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 노동력조사를 개편하고 있어, 어떤 노동력 자료를 쓰느냐에 따라 산출되는 생산성 증가율이 크게 달라진다.

측정 방식뿐 아니라 생산성 개선의 원인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AI가 생산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의 산출이 2024년 이후 고용 증가 없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앤드루 위샤트 베렌베르크은행 영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업종에서 AI 도입 확대가 생산성을 높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역 기업의 경기 동향을 조사하는 영란은행 담당자들도 지난달 소프트웨어와 금융, 고객서비스, 전문서비스,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AI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전문 업무의 처리 시간을 단축했다고 보고했다.

레이철 리브스 전 재무장관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존 밴 리넌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2024년 3분기 이후 영국 생산성 증가율을 연율 1.6%로 추산했다. 직전 10년 평균은 0.3%였다. 그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미국의 정보통신기술 생산성 향상이 시차를 두고 영국의 생산성 통계에 나타났듯 AI 효과도 뒤늦게 반영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AI가 이번 생산성 개선을 주도했다는 해석은 업종별 흐름과 완전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마이클 손더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고문은 최근 2년 동안 생산성 증가세가 이전 10년보다 크게 빨라진 업종에 숙박업과 도매·소매업도 포함됐지만, 이들 업종은 AI 도입을 선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FT는 손더스가 거론한 숙박·도소매업의 기업 상당수가 높아진 고용비용에 대응해 신규 채용을 늦추거나 인원을 줄였다고 전했다. 리브스 전 재무장관이 고용주 부담 국민보험료 인상을 결정한 데다 법정 최저임금도 오르면서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비용이 커졌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벤틀리 영국 크루공장 대형 식물벽
산출량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고용 인원이 더 줄면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은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지표상 생산성은 개선되지만, 저숙련 구직자와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 고용을 희생해 나타난 생산성 상승이라면 경제에 마냥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ONS 노동력조사에서 16~24세 실업률은 2분기 16.2%로 1분기와 같았으며, 2014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브루나 스카리카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생산성 증가세가 오래 이어질수록 단순한 경기 반등을 넘어 경제의 구조적 개선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생산성 개선이 여러 해 지속되면 임금과 생활수준을 높이고 세수를 늘려 영국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영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 증가율이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생활수준이 정체되고 공공재정 부담이 커졌다. 독립 재정감시기구인 예산책임청(OBR)은 지난해 11월 중기 추세 생산성 증가율 전망을 1.3%에서 1.0%로 0.3%포인트 낮췄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4% 늘어난 데 이어 생산성도 개선되면서, 존 힐리 재무장관은 10월28일 취임 후 첫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긍정적인 경제지표를 하나 더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치만으로 OBR이 장기 생산성 전망을 상향하기에는 이르다고 봤다. 앤드루 위샤트 베렌베르크은행 영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늘지 않았는데도 최근 영국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한 점은 눈에 띄지만, 이번 수치만으로 10월 예산안의 재정 여력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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