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항암시대 기대감 커져
인티스메란, 최대 34개 표적 겨냥
전체생존기간 등 데이터 향후 공개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미국 모더나와 글로벌 빅파마 머크(MSD)가 공동 개발한 흑색종(피부암) mRNA 암백신이 임상 3상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머크와 모더나는 지난 19일(현지시각) 맞춤형 암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intismeran autogene·코드명 mRNA-4157/V940)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임상 3상인 'INTerpath-001'에서 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피부에 생기는 암 가운데 악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임상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절제한 고위험군(2B~4기)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한 군과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 2대1 비율로 나눠 진행됐다.
머크는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주요 평가지표인 무재발 생존기간(RFS, 암 치료 후 환자가 암 재발 없이 생존하는 기간)과 주요 2차 평가지표인 원격전이 없는 생존기간을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의미 있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안전성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암백신은 이미 발생한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수술 후 미세하게 남은 잔여 암세포의 재발·전이를 막는 치료용 백신이다.
그동안 항암 치료는 '이 암에는 이런 항암제를 쓴다'는 식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암은 사람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제각각이어서 같은 약이라도 어떤 환자에게는 효과적이나, 다른 환자에게는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치료제가 획기적인 이유는 맞춤형 암백신이라는 점에 있다. 환자 개개인의 암세포에 들어맞는 특징을 면역계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개인 맞춤형 항암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3상 결과는 암연구 분야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을 의미한다”며 “수년 동안 환자 개인의 암에 맞춤 설계된 mRNA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아이디어는 하나의 포부이자 염원이었으나 우리는 이제 그 비전을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고 밝혔다.
딘 리 머크연구소 사장도 “이번 임상 결과는 암 치료에서 보다 개인화된 접근 방식이 지닌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실히 입증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맞춤형 암백신 원리는 mRNA 설계도…모더나, 세부 데이터 향후 공개
인티스메란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환자의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해 암세포에만 돌연변이로 나타나는 고유한 단백질 조각인 ‘신생항원’(neoantigen)을 찾아낸다. 이후 이 정보를 담은 맞춤형 mRNA 설계도를 만든 뒤 지질나노입자(LNP)라는 미세한 캡슐에 실어 몸속에 주사한다.
주입된 mRNA 설계도를 받아든 체내 세포는 이를 바탕으로 암 단백질 조각을 만들어 표면에 띄운다. 그러면 면역세포인 T세포가 이를 ‘적’으로 학습하고, 온몸을 돌아다니며 같은 특징을 가진 암세포를 찾아 파괴한다.
하나의 종양에는 수백 개에 이르는 돌연변이가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면역계가 실제로 강하게 반응하는 정보를 정확히 추려내는 것이 맞춤형 백신 설계의 관건이다.
모더나는 이 선별 작업에 AI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종양의 방대한 돌연변이 정보를 AI를 통해 선별, 어떤 돌연변이가 면역반응을 가장 잘 유도할지를 예측해 표적을 압축한다.
이에 인티스메란은 한 환자의 종양에서 최대 34개에 이르는 표적을 겨냥하도록 mRNA 명령을 설계한다. 이런 식으로 환자 개인을 위한 맞춤형 암백신이 탄생하게 된다.
함께 병용되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치료 효과를 높인다. 암세포는 본래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PD-L1'이라는 단백질로 면역 브레이크를 건다. 키트루다가 이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T세포의 수용체(PD-1)를 암세포의 면역 회피를 무력화하면, mRNA 백신으로 무장한 면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해 파괴하는 원리다.
앞서 모더나와 머크가 인티스메란의 중간값 5년(60.3개월)을 추적 관찰한 2b상 KEYNOTE-942 연구에 따르면, 인티스메란·키트루다 병용요법은 키트루다 단독 대비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49%, 원격전이 또는 사망 위험을 59% 낮췄다. 이번 3상은 그 효과를 대규모 환자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재발·전이 위험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낮췄는지를 보여주는 위험비 수치와 장기 생존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등 세부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모더나와 머크는 향후 국제 학술대회에서 상세 데이터를 공개하고, 인티스메란·키트루다 병용요법의 허가 신청을 위해 규제 당국과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인티스메란의 적응증 확장에도 나선다. 양사는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NSCLC), 방광암 등 여러 암종에서 인티스메란·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임상 2·3상을 9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고위험 1기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인티스메란 단독요법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임상 3상(INTerpath-014)도 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치료제는 다른 암종에서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여부와 상용화 부분이 관건으로 보인다”며 “면역관문억제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암에도 효과가 좋을지, 개인 맞춤형 치료제인 만큼 시간·비용 등을 포함한 실사용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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