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일 에너지 운반선 112척 중 89척 항로 불분명
AIS 끄거나 항로 확인 안 돼…해상 환적도 활용
공개 운항은 이란 항로 21척·오만 항로 2척
20일(현지시간)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선박 추적·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1~19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액화석유가스(LPG)·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112척이었다. 이 가운데 89척은 이용 항로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 AIS 자료가 케이플러가 설정한 이란·오만 항로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아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항적을 공개하고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한 에너지 운반선은 21척이었다. 미국이 보호하는 오만 쪽 항로를 공개적으로 이용한 선박은 2척에 그쳤다.
선박들이 위치를 숨기는 배경에는 미사일과 드론 공격 위험이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8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소유 유조선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ADNOC는 전쟁 발발 이후 자사 선박 15척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선원 1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다만 ADNOC는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았다.
미국도 이란으로 향하는 선박을 공격했다. 미군은 지난달 이란 하르그섬으로 가던 유조선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했다. 해당 선박이 수차례 경고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1일에는 미 해군 헬기가 파나마 선적 화물선 '벨라 노바'에 헬파이어 미사일 2발을 쐈다. 미국은 이 선박이 오만만에서 이란 항구 봉쇄를 뚫으려 했다고 밝혔다.
일부 선박은 AIS를 끈 채 해상 환적도 했다. 바다에서 다른 선박으로 화물을 옮기는 '선박 대 선박(STS) 환적' 방식이다.
에너지정책 연구자 마크 아유브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등 일부 걸프 국가가 이런 방식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S를 끄고 오만 항로를 이용한 뒤 해협 밖에서 다른 배에 화물을 옮겨 최종 목적지로 보내는 방식이다.
아유브는 이란 선박도 비슷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재와 해상 봉쇄를 피하기 위해서다. 오만으로 화물을 보낸 뒤 관련 서류를 바꿔 오만에서 수출된 것처럼 국제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다만 공개된 항적만 보면 이란 항로를 이용한 선박이 훨씬 많았다. 알자지라는 선박들이 미국의 경고보다 이란의 요구를 거스르는 데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LNG 수송의 핵심 길목이다. 전쟁 전에는 전 세계 원유와 LNG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이곳을 통해 운송됐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여전히 해협의 선박 운항을 방해할 상당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회 운항과 해상 환적이 늘면서 이란의 통제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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