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가문 자랑'이 불붙인 친일 논쟁…"연좌제 안되지만 성찰 필요"

기사등록 2026/08/20 08:24:17 최종수정 2026/08/20 08:29:39

'4대 의사 가문' 자랑했다 안상호 친일 행적 논란…결국 사과

"연좌제는 안 되지만 성찰은 필요"…전문가들 한목소리

'친일파 스캐너'까지 등장…친일재산 환수 가능성에도 관심

민족문제연구소 "현재 기준이면 친일인명사전 수록 가능성"

"성찰 없이 언급한 역사인식 부재…무비판적 태도 반성 필요"

[서울=뉴시스]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는 배우 하영이 출연했다. (사진=KBS 제공) 2026.08.11.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김나연 수습 기자 =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영은 "무지한 상태로 여러자리에서 증조부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는 내용의 자필 사과문을 내놨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손에게 조상의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면서도, 공개적으로 가족사를 소개한 데서 논란이 시작된 만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4대 의사 가문' 자랑했다 안상호 친일 행적 논란…결국 사과

논란은 하영이 지난 7일 KBS 2TV 예능물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집안의 '4대째 의사가문'이라는 집안 내력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하영은 증조부 안상호가 일본 유학을 마친 뒤 한양에 서양식 병원을 열고 고종을 진료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친일 성격 단체인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활동한 기록 등이 알려지면서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졌다. 하영 측은 처음에는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증조부의 친일 행적이 연일 드러나자 하루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소속사는 추가 확인 결과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실제 존재한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답변한 데 대해 사과했다. 하영도 직접 사과문을 내고 증조부의 친일 행적을 인정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안상호의 친일·부일 협력 행적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안상호는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추도를 위한 국민대추도회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식민통치 보조기구 경성부 협의회원(1914·1918·1920)과 금융수탈기구인 경성종로금융조합 조합장(1922~1927)을 지냈고, 내선융화 단체인 대정친목회와 반일운동 배척을 표방한 동민회 등 친일단체에서도 평의원으로 활동했다.

다만 안상호는 2009년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는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

연구소는 "2009년 발간 당시 연구소가 축적한 자료로는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선정 기준에 미달했기에 수록을 보류했다"며 "이름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곧 '친일 행적이 없음'을 뜻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새로 확인된 자료를 기준으로 할 경우 향후 친일인명사전 개정판이 발간되면 안상호가 수록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소 측은 보고 있다.

◆"연좌제는 안 되지만 성찰은 필요"…하영 논란에 전문가들 한목소리
[서울=뉴시스]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송인 유병재가 과거 방송에서 하영의 집안 내력을 듣고 보인 반응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넷플릭스 코리아'의 콘텐츠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 화면 캡처. (사진=넷플릭스 코리아 제공) 2026.08.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논란은 이후 하영 개인과 가족을 향한 비난으로까지 번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상의 행적과 후손 개인의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안을 단순한 '연좌제'만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누구의 자손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 원리"라면서도, 하영이 먼저 가족사를 공개적으로 소개한 만큼 이에 대한 검증과 논쟁 자체를 연좌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설 교수는 "자기가 자랑하지 않았다면 사적인 영역에 머물렀겠지만, 본인이 끄집어낸 이상 공론화된 상황에서 당분간 언급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자신의 가족 배경을 스스로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는데 예민한 역사적 사안이 드러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자숙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논란의 본질이 공적 영역에서 조상의 식민지 협력 이력을 성찰 없이 언급한 역사인식 부재에 있다며, 조상의 과오를 미화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소비한 태도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후손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식민지 시기 형성된 기득권이 해방 이후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선대의 과오에 대한 단죄를 후손에게 전가하는 연좌제적 발상은 민주 사회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식민지배 하에서 형성된 전문직 계보와 사회적 자산이 해방 후 청산 없이 어떻게 기득권으로 승계되고 세습되었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과 역사적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친일파 스캐너'까지 등장…친일재산 환수 가능성에도 관심
사진 친일파스캐너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온라인에서도 논쟁은 확산했다. 성씨와 본관을 입력하면 같은 본관의 독립유공자와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보여주는 이른바 '친일파 스캐너'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하영의 가족사를 둘러싼 논란은 오는 12월 출범 예정인 제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로도 옮겨 붙었다. 안상호가 과거 정부가 공식 결정한 중대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되지 않았던 만큼, 그와 관련된 재산이 새 조사위원회의 환수 대상이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지난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상호가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1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활동 기간 약 2400억원 규모의 친일재산을 찾아 국가에 귀속시켰다.

오는 12월 출범할 2기 위원회는 과거와 달리 특별법 제정 전에 처분된 재산까지 국가에 귀속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기 위원회 출범 이후 최소 325억원 이상의 친일재산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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