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대상·가격 기준은 아직 미정"
"전월세 안정 효과 제한적" 지적
무주택자 분양기회 축소 우려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정부가 과도한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수도권 규제지역 민간분양 잔여물량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우선 매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1년간 발생한 잔여물량 약 1600호 가운데 시세차익이 큰 대표적인 '로또 청약'으로 꼽히는 불법행위 재공급 물량은 28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실제로 시세차익이 과도한 물량만 선별해 매입할 경우 공공임대로 전환되는 주택은 전체 잔여물량의 극히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초 정책 취지인 전월세 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국토부가 제시한 '약 1600호'…98%는 무순위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민간분양 잔여물량이 발생하면 LH 등이 우선 매입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잔여물량은 무주택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공급되고 있지만, 일부 주택에서 과도한 시세차익이 발생해 '로또 청약'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발생한 전용면적 85㎡ 이하 잔여물량이 약 1600호라고 설명했다.
19일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공급된 무순위 사후접수 물량은 1593호(52건)로 집계됐다.
불법행위 재공급은 28호(14건)에 그쳤다.
전체 잔여물량의 약 98%가 무순위 사후접수였고, 불법행위 재공급은 1.7%에 불과했다. 정부가 시세차익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한 불법행위 재공급이 전체 잔여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았던 셈이다.
무순위 사후접수는 최초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하거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해 남은 주택을 다시 공급하는 방식이다.
불법행위 재공급은 위장전입이나 불법 전매 등 공급질서 교란행위가 적발돼 계약이 취소된 주택을 다시 공급하는 제도다.
불법행위 재공급은 과거 분양가격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주변 시세와의 차이가 큰 대표적인 '로또 청약'으로 꼽힌다.
반면 무순위 사후접수에는 시세차익이 큰 계약취소 물량뿐 아니라 분양가나 자금 부담으로 계약자를 찾지 못한 주택도 포함된다.
◆ 불법 재공급 28호에 신청 건수 절반 집중
불법행위 재공급 28호에는 51만2536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만8304.9대 1에 달했다. 전체 1621호의 1.7%에 불과한 물량에 전체 신청 건수의 51.0%가 집중됐다. 28호 중 27호가 100대 1, 20호가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불법행위 재공급은 2호에 13만9635명,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2호에 10만6093명,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는 3호에 12만5934명이 신청했다.
반면 전체의 98.3%를 차지한 무순위 사후접수 1593호 중 844호(53.0%)는 경쟁률이 10대 1에 미치지 못했고, 1304호(81.9%)는 20대 1 미만이었다.
2025년과 2026년 상반기 수도권 일반분양 1순위 평균 경쟁률이 각각 9.31대 1과 8.67대 1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무순위 공급임에도 상당수가 일반 청약과 비슷하거나 낮은 경쟁률을 보인 셈이다.
무순위 가운데 경쟁률 100대 1 이상은 14건·35호로 전체의 2.2%, 1000대 1 이상은 9건·14호로 0.9%였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4호에는 22만4693명,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1호에는 13만938명이 신청했다. 두 단지의 5호가 무순위 전체 신청 건수의 72.2%를 차지했다.
반면 수지자이 에디시온은 전용면적 84㎡ 평균 분양가가 14억8700만원으로 인근 실거래가격과 비슷해, 경쟁률은 1차 1.24대 1에서 2차 0.66대 1로 떨어졌다.
청계 노르웨이숲은 전용면적 59㎡ 분양가가 10억4000만~11억1000만원으로 인근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모집이 8차까지 이어졌다. 상봉 센트럴 아이파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에 발코니 확장비를 더하면 최고 14억원을 넘어섰으며, 115호 모집에 경쟁률이 5.36대 1에 그쳤다.
무순위 1593호에는 동일 단지의 2차 이상 후속 공고 물량 643호(40.4%)도 포함됐다. 이를 제외한 최초·단일 공고 물량은 950호다. 수지자이 에디시온과 청계 노르웨이숲, 상봉 센트럴 아이파크의 최초 공고 물량만 411호로 950호의 43.3%를 차지했다.
◆ 국토부 "시세차익 큰 주택 선별…미분양 매입 목적 아냐"
국토부는 발표자료에 적시된 약 1600호를 전부 매입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600호를 전부 매입한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잔여물량이 발생하면 그 가운데 우선 매입할 수 있는 주택을 사겠다는 것"이라며 "무순위인지 불법행위 재공급인지 구분하지 않고 시세차익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주택을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분양 해소는 이번 정책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LH가 시세차익이 크지 않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어느 정도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주택을 매입할지, LH 등이 주택을 얼마에 사들일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관련 법령 개정을 먼저 추진한 뒤 매입 대상과 가격 산정 방식, 입주자 선정 기준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 임대시장 영향은 제한적…"현금부자 독식은 차단"
정부가 시세차익이 과도한 주택만 선별하면 실제 공공임대로 전환되는 물량은 약 1600호 가운데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기존 분양주택을 공공임대로 바꾸는 방식이어서 수도권 임대차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무주택자의 분양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6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은 무주택 세대구성원으로 제한됐다.
현재는 잔여물량이 발생하면 무주택자가 추첨을 통해 해당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지만, LH 등이 먼저 매입하면 해당 주택은 분양시장에서 빠지고 공공임대로 전환된다. 무주택자에게 주어지던 주택 소유 기회가 임차 기회로 바뀌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매입 물량이 적더라도 일부 당첨자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무순위 물량은 몇 가구 되지 않고, 짧은 기간 안에 잔금을 마련해야 해 사실상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만 취득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운 좋게 당첨된 개인에게 시세차익을 몰아주는 것보다 공공이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임차인에게 주거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관건은 과도한 시세차익의 기준과 매입가격, 임대료 및 입주 대상 등을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다만 실제 매입 대상과 가격을 고려하면 공공의 부담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대상 물량이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시세차익이 큰 주택은 분양가격으로 매입하더라도 이미 시세보다 저렴해 매입가격 측면에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임대차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일부 당첨자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데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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