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말 최대 30명…트럼프 2기 감축·개편 뒤 전담자 공백
핵산 합성 주문 심사 개정안, 2025년 8월 시한 넘겨
백악관 "기존 기준 보완 중"…인력 감축 질문에는 답변 안 해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이 사안을 담당했던 전직 정부 관리 4명 등을 취재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가운데 3명은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말 백악관의 생물안보 담당 인력이 최대 30명에 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복귀 뒤 감축과 개편을 거치며 한때 생물안보만 전담하는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은 업무상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했다.
이 팀은 연구실 안전과 공중보건, 외교·안보 업무를 맡은 여러 연방 기관의 생물위험 대응을 조율하고 최고위 당국자에게 과학적 자문을 했다. 인력이 줄어든 뒤에는 보안인가가 없는 주니어 펠로와 랜드연구소 소속 시간제 직원,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중앙정보국(CIA) 직원, 백악관 의료실 자문 경력이 있는 공군 의사 등이 돌아가며 업무를 맡았다고 전직 관리들은 전했다.
문제는 이런 인력 공백과 맞물려 AI가 고급 생물학 연구를 수행하는 능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WP는 앤스로픽의 미토스와 오픈AI의 GPT-5.6 같은 최신 모델의 고급 생물학 연구 과제 처리 능력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이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AI가 설계한 완전한 유전체를 토대로 연구진이 실제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결과도 실렸다. 다만 이 바이러스는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라 세균을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였다.
오픈AI는 지난해 6월 차세대 모델이 자사의 생물학 ‘고위험’ 기준에 곧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준은 기초적인 생물학 훈련을 받은 초보자가 생물·화학 위협을 만드는 데 AI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다만 오픈AI도 이런 평가는 검증하기 어려운 여러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현실의 악용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예측하지는 못한다고 인정했다. 과학계 역시 위험의 크기와 시점을 놓고 의견이 갈리며, AI가 제시한 정보를 실제 병원체 제작으로 옮기려면 실험실과 장비, 숙련된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은 여전히 큰 장벽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5일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 기준이 기술적으로 제한적이고 강제력이 약하다며 90일 안에 이를 개정하거나 대체하라고 지시했다. 시한은 그해 8월 초였지만 개정안은 1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WP에 기존 기준의 기술적 한계와 약한 강제력을 보완하는 작업을 1년 넘게 진행해 왔으며 지난해 여름 발표한 AI 행동계획에도 관련 정책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력 감축과 조직 개편에 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지연된 것은 심사 기준만이 아니었다. 생물안보를 담당하던 백악관과 정부 조직도 잇따라 축소·개편됐다. 백악관의 감염병 대비·대응정책실은 한때 직원이 모두 빠졌다가 올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확산한 뒤 다시 가동됐다. 국가안보회의(NSC)의 보건안보 조직도 폐쇄됐고, 국가정보국장실(ODNI)과 국토안보부(DHS)의 생물위협 담당 조직 일부도 광범위한 개편 과정에서 여러 조직으로 분산됐다고 전직 관리들은 말했다.
생물안보 조직은 축소됐지만, AI의 해킹 능력이 현실로 드러나자 행정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귀 직후 AI 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는 데 무게를 뒀지만, 올해 봄 신형 모델이 컴퓨터망을 뚫을 수 있는 능력을 드러낸 뒤 출시 전 AI 모델을 정부가 점검하는 방안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오픈AI가 최근 백악관과 6개 정부 기관을 상대로 생물위험 설명회를 잇달아 열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사이버보안 조직과 HHS가 참여하는 새 대응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자사가 오픈AI와 콘텐츠 제휴 관계라고 밝혔다.
WP는 같은 AI가 병원체 악용을 돕는 데도, 백신·치료제 개발을 돕는 데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은 규제의 어려움을 키운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병원체의 전파력이나 병원성을 바꾸는 ‘위험한 기능획득 연구’에 대한 새 기준을 내놨지만, 일부 과학자는 범위가 모호해 정상적인 연구까지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위험을 막으면서 AI가 열어줄 치료 기회를 살리려면 정부 내부의 전문성과 일관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감염병 대비 조직을 이끈 폴 프리드리히스 예비역 공군 중장은 인력 감축이 미국의 대비 태세를 약화시켰을 뿐 아니라 AI가 열어줄 치료 기회까지 놓칠 위험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 일부를 치료할 문턱에 와 있다”며 안전과 연구 진전을 함께 지킬 강한 리더십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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