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밥상 덮친 폭염…佛 곡물용 옥수수 1980년 이후 최저

기사등록 2026/08/18 15:02:12

佛 곡물용 옥수수 900만t 전망…1980년 이후 최저

브르타뉴 채소농가, 브로콜리 60%·아티초크 최대 100% 손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유럽을 덮친 연쇄 폭염과 가뭄으로 프랑스의 곡물용 옥수수 생산량이 19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 채소와 곡물, 축산물 생산이 함께 줄고 겨울 가축사료 부족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유럽의 여러 주요 농업지대가 폭염과 가뭄에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농가들이 전례 없는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농업부 통계서비스 아그레스트는 올해 곡물용 옥수수 생산량을 약 900만t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1340만t보다 약 3분의 1 줄어든 규모이자 198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농가들이 옥수수 대신 해바라기 등 다른 작물을 심으면서 옥수수 재배면적이 줄었고, 폭염도 주요 생육 시기를 덮쳤다.

브르타뉴 지역 3개 채소 협동조합이 사용하는 공동 브랜드 ‘프랭스 드 브르타뉴’에는 농가 130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프랭스 드 브르타뉴는 예년과 비교한 생산 감소율을 주키니 25%, 상추 35%, 완두콩 40%, 브로콜리 60%, 아티초크 50~100%로 추산했다. 프랑스 전체 통계가 아니라 이 공동 브랜드에 참여한 농가들의 생산 감소율이다.

프랑스 통조림·냉동채소 업계단체 유니레(Unilet)의 에리크 르그라 회장은 평소에는 한 지역에서 생산이 줄어도 다른 지역의 양호한 작황으로 부족분을 메울 수 있었지만, 올해는 북부와 브르타뉴·남서부 등 3대 생산지역이 동시에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폭염 피해는 채소와 곡물에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 낙농가들은 젖소가 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유 생산량이 10~15%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폭염으로 양계장에서 닭 폐사가 늘면서 프랑스 달걀산업진흥위원회는 하루 달걀 생산량이 평소보다 약 100만개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의 생산 감소 못지않게 농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겨울 사료 부족이다. 아그레스트에 따르면 7월31일까지 프랑스 영구초지에서 자란 목초의 양은 1989~2018년 같은 기간 평균보다 30% 적었다. 목초 부족이 갈수록 심해지고 피해 지역도 늘고 있다.

프랑스 농축산업을 동시에 덮친 피해의 배경에는 유럽 전역의 강수 부족과 연쇄 폭염이 있다. 극한기상에 미친 기후변화의 영향을 분석하는 국제 연구진 월드웨더어트리뷰션(WWA)은 기후변화로 높아진 기온이 토양과 식물에서 빠져나가는 수분을 늘려 가뭄의 강도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강한 엘니뇨가 발달하고 있지만 그 영향은 지역별로 달라 이번 가뭄을 엘니뇨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토리첼라=AP/뉴시스] 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토리첼라의 관광객용 선착장이 있는 포강 바닥이 오랜 가뭄으로 갈라져 있다. 포강 수위가 현저히 낮아져 바닷물이 강 상류로 유입하면서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6.8.11.
피해는 이탈리아에서도 농업 전반으로 번졌다. 이탈리아 최대 농민단체 콜디레티는 유럽연합(EU)의 지구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가 작성한 가뭄 지도를 분석한 결과 이탈리아 국토의 60% 이상이 경미한 수준부터 심각한 수준까지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옥수수·쌀·대두·채소·과일 생산이 줄었고 우유 생산량도 2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콜디레티는 폭염과 가뭄, 우박, 산불 등으로 올해 이탈리아 농업이 입은 피해가 30억유로(약 4조90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유럽 최대 쌀 생산국인 이탈리아는 지난해 약 23만5000㏊에서 벼를 재배했다. 이 가운데 쌀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북부 포강 유역은 포강 수량이 크게 줄어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올해 포강 유역 농가들은 격주로 논에 물을 대고 있다.

스페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페인 농업부는 올해 곡물 수확량이 지난해 2400만t에서 1850만t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가뭄과 폭염에 더해 올해 초 남부지역 침수와 재배면적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 와인업계 단체인 스페인와인연맹(FEV)은 수분 부족으로 포도알이 작아지면서 올해 와인 생산량이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리브 작황은 아직 불확실하다. 올리브유 생산량은 지난해 크게 회복됐고 지난겨울과 올봄에도 비가 충분히 내렸지만, 수확이 늦가을에 시작돼 올해 생산량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재배농가들은 설명했다.

피해가 유럽 주요 농업국으로 번지자 프랑스 정부도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가뭄 피해 농가에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별 긴급자금과 재해손실 보상, 취약 농가의 토지세·사회보험료 감면, 2027년 예산을 통한 농업용수시설 투자 등이 거론됐지만 전체 지원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다.

프랑스 농업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최대 1억4500만유로(약 2370억원) 규모의 지원은 가뭄 보상금이 아니라 중동 정세의 여파로 가격이 급등한 질소비료 구입 지원이다. 르몽드는 르코르뉘 총리가 약속한 이번 가뭄 피해 지원의 총액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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