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분석 앱이 TRPS 후보 제시…유전자 검사·전문의 진료로 모자 진단 확인
FDA 허가 심전도 AI는 심장 아밀로이드증 가능성 98% 제시
범용 챗봇부터 임상용 AI까지 기능·정확성·허가 여부는 제각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의료진용 얼굴 분석 앱과 범용 AI 챗봇,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임상용 AI가 희귀하거나 진단하기 어려운 질환을 찾아내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도구는 대부분 확진보다는 의료진이 검토할 질환 후보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WSJ은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사는 레이철 힌켄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아들 올리버가 말하고 걷기 시작하는 시기가 왜 또래보다 늦는지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올리버의 키는 줄곧 또래 중 하위 1% 수준에 머물렀고, 10살 때도 약 122㎝를 넘지 못했다. 의사들은 별문제가 없고 자라면서 또래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했지만 힌켄은 납득하지 못했다.
힌켄은 지난해 의료진용 얼굴 분석 앱 ‘페이스투진’에 올리버의 사진을 올렸다. 앱은 올리버의 얼굴 특징을 분석해 TRPS의 한 유형을 가장 유력한 질환 후보로 제시했다. TRPS는 모발·코·손가락뼈 등에 특징이 나타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유전자 검사와 전문의 진료를 거쳐 올리버의 진단이 확인됐고, 힌켄도 같은 질환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힌켄은 “세상에, 드디어 답을 찾았다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희귀질환은 의료진도 실제 진료에서 접할 기회가 적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신경계 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세라 디크먼 박사는 “AI가 희귀질환의 단서를 찾아내는 모습을 보고 몇 차례 입이 벌어질 만큼 놀랐다”고 말했다.
디크먼 박사가 진료하는 질환 가운데 하나가 포츠(POTS·기립성 빈맥 증후군)다. 포츠는 누워 있다가 일어설 때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며 어지럼증과 피로 등이 나타나는 자율신경계 질환이다. 디크먼 박사는 “50년 동안 증상을 겪고도 진단받지 못한 환자를 내가 처음 진단한 적도 있다”며 “지금은 AI 챗봇을 통해 포츠 가능성을 먼저 의심한 환자들이 증상 발생 수개월 만에 찾아온다”고 말했다.
시모의 평가는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판단이지만, AI 챗봇의 희귀질환 추론 능력을 의사와 비교한 연구도 나왔다. WSJ이 인용한 지난해 ‘JAMA 네트워크 오픈’ 연구에서 연구진은 병명이 이미 확정된 복잡한 희귀질환 환자 사례 90건을 챗GPT-4o와 라마 3.1에 제시했다.. 두 모델이 정확한 최종 진단을 후보에 포함한 비율은 각각 13.3%와 10%로, 과거 의료진의 임상 검토에서 기록된 5.6%보다 수치상 높았다. 다만 과거 의료진의 진단율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것은 챗GPT-4o뿐이었으며, 연구진도 임상 요약본을 사용한 후향적 연구라는 한계를 인정했다.
AI는 의료영상에 나타난 신체 특징과 의학 논문·환자 사례 기록에 축적된 질환 정보를 연결해 패턴을 찾는 데 강점을 보인다. 희귀질환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 의료기관이나 일반 진료기관에서는 어떤 검사를 추가하고 어떤 치료법을 검토할지 의료진에게 제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힌켄 가족의 진단을 확인한 임상유전학자 샤오 P 펑 박사는 AI가 여전히 오류를 일으킨다며 확진보다는 질환 후보 제시와 어려운 의학용어 풀어주기, 관련 연구 정리에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는 사람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자료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지만, 이를 종합해 의학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는 반드시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용 챗봇과 달리 특정 질환의 가능성을 선별하도록 개발돼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임상용 AI도 있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의 메이요클리닉에서 근무하는 전문간호사 마이클 에임스는 병원이 자체 개발해 FDA 허가를 받은 AI로 환자의 심전도를 분석했다. 숨이 차고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증상을 호소한 77세 보험설계사 마이크 부시는 폐렴을 의심했고, 의료진은 심부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었다. AI는 비정상 단백질이 심장에 쌓여 기능을 떨어뜨리는 희귀질환인 심장 아밀로이드증일 가능성을 98%로 제시했다.
이 질환을 진단해 본 적이 없던 에임스는 AI 판독의 정확성을 의심했지만, 추가 영상검사에서 심장 아밀로이드증이 확인됐다. 진단 전까지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한 적이 없다는 부시는 현재 하루 7~10알의 약을 먹고 운동량을 늘리는 한편 소금 섭취를 줄이고 있다. 그는 “AI가 아니었다면 다른 병으로 잘못 알고 치료받았을 수 있다”며 “그랬다면 지금 살아 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에서 부족한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한편, AI 기업과 제약업계도 희귀질환 연구와 환자 선별에 투자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 7월 희귀질환 진단과 신약 개발을 위한 생명공학 연구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관련 연구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ZS는 제약사를 위해 희귀질환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선별하는 도구를 개발했다. ZS가 개발에 참여한 중증근무력증 선별 도구를 사용한 140명 가운데 약 20명은 이후 실제 진단을 받았다고 답했다.
산업계의 활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환자단체는 AI가 오히려 환자와 가족의 판단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경계했다. 비영리단체 미진단질환네트워크재단의 대니엘 카니발 CEO는 AI가 정보만 제공하고 다음 진료 단계로 연결하지 못하면 환자와 가족의 혼란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환자 가족에게 자신들이 맞닥뜨린 질환을 단기간에 공부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지나치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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