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11세 아동, 4차례 학대 신고에도 숨져
경찰 분리조치 판단에도 法 기각…판단 미흡
"과거 신고 반영…지속적인 사례관리 해야"
1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 천안시 성거읍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세 아동 A군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최근 이 교회 목사(60대)와 아동의 외조모(50대)가 각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A군은 2021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달 초에만 시민들이 두 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앞서 A군에 대한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원에 조치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복적인 신고에도 피해 아동이 가해 의심자와 함께 생활하다 결국 사망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경기 가평에서도 병원 진료 과정에서 학대 의심 신고가 이뤄진 5세 아동이 원가정으로 돌아간 뒤 20여일 만에 숨졌다.
반복적인 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피해 아동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 뒤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신고 이후 실제로 아동을 보호하는 과정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5만242건으로 전년 대비 3.5%(1247건) 증가했다. 아동학대로 판단된 행위자 유형을 보면 부모가 ▲2022년 82.7% ▲2023년 85.9% ▲2024년 84.1%로 꾸준히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아동학대 신고 이후의 대응 체계가 마련돼 있음에도 관계기관 간 역할과 판단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아동학대 신고가 지자체에 접수되면 경찰에 통보할 수 있고, 경찰이나 지자체가 현장에 출동할 때 서로 동행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양 기관의 동행 출동이 일률적인 의무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지자체는 경찰에 동행을 요청할 수 있고, 경찰 역시 필요한 경우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장에서 즉각적인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응급조치와 즉각분리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응급조치는 최대 72시간까지 가능하며 즉각분리는 별도의 기간 제한 없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실제 분리 여부는 현장 상황과 위험성 판단, 보호시설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현장과 가장 가까운 기관이기 때문에 현상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지만, 법원은 시·공간적으로 거리가 있어 위험성을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며 "특히 아동학대처럼 재범 위험이 큰 범죄에서는 피해자의 안전과 재학대 우려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리 조치 자체를 둘러싼 판단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경찰과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각각 역할을 나눠 맡고 있지만, 기관별로 업무가 분절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은 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아동학대 예방과 사후관리까지 경찰 중심으로 맡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는 수사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며 "경찰이 중심이 돼 혐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구조보다는 지자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예방과 사후관리를 중심으로 역할을 하고 경찰은 예외적인 수사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복 신고가 접수된 아동일수록 과거 신고 이력과 대응 결과를 종합해 재학대 위험을 판단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아동학대 대응 인력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매년 인력 이직률이 높고,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역시 한 기관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비율이 낮아 전문성이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대응 인력이 안정적으로 근무하면서 반복 신고 아동의 과거 기록부터 현재 상황, 이후 사례관리까지 연속적으로 살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한 번 분리하는 것보다 그 이후 계속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복 신고가 있었던 아동이라면 과거 기록과 현재 위험성을 함께 보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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