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대입 제도 개편 의견 수렴 보고
학교민주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도 의결
"교실 내 갈등 확산, 교사 민원 부담 우려"
"근현대사 비중 확대는 현장 괴리 처방"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대학 입시 제도 개편 추진 방식을 둘러싼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내부 충돌이 드러난 가운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명확성·논쟁성 등 교육 활동상의 기본원칙 등을 담은 '학교민주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이 교실 내 갈등과 교사의 민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국교위는 '2026년 제8차 회의'를 열고 '대입 제도 관련 의견 수렴 계획(안)'을 보고했다. 이달 중 인천·전남광주·대구에서 각 지역 학생·학부모·교사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미래 대입 제도 방향에 대한 현장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민참여위원 중 200명이 1박2일 간 개편 방향성과 내신·수능 서·논술형 도입을 논의하는 안이 보고됐다. 이달 14일부터 28일까지 국교위 국민의견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의견 수렴을 병행한다는 계획도 함께 안내됐다.
전체회의에 참석한 대다수 위원은 대입 제도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표본의 대표성 부족, 공론화 방식의 부적절성 등을 지적했다. 특히 서·논술형 도입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했다.
전날 손덕제 위원(능소중 교감)은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이제 막 적용된 시점에서 그 부작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내신 수능 절대평가, 서·논술형 수능까지 한꺼번에 논의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수능 내신 개편에 앞서서 현장 적합성과 현실 가능성이 먼저 검토되고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교위가 수능 서·논술형 도입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손 위원은 "국교위 본회의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서·논술형 평가 확대, 내신 및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내용을 언론을 통해 접하게 돼 당황스러웠다"며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짜맞추기식 공청회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고, 입시나 교육과정이 다음에도 쉽게 바뀔 수 있겠다는 불안감도 크다"고 말했다.
연취현 위원(법률사무소 와이 대표 변호사)은 "국민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방향성을 설정 해놓고 그에 관한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학부모들이나 학교 현장에서는 굉장한 불안감의 요소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총 역시 국교위가 대입 제도 개편의 방향성을 이미 정해놓은 것으로 진단하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을 강조했다.
교총은 "국교위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부정하고는 있지만, 수능 서·논술형 도입, 절대평가 전환을 골자로 대입제도 개편 추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대입 제도 개편이 가져올 교육·사회적 큰 파장과 학생·학부모·교원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고 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후 통보식 수능 서·논술형, 절대평가 전환 등 대입 개편 방향의 답을 정해놓은 찬성자 위주의 논의 구조로는 학생, 학부모, 교원의 동의는 물론 성공적 대입 개편을 이룰 수 없다"며 "대입 개편은 단순한 기대 효과나 목표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되며 학교 현장의 현실과 우려점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교위가 의결한 '학교민주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에 관해서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 편향적 교육 방지, 논쟁적 사안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교원 보호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기본원칙은 헌법과 법령,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옳고 그름이 명확한 사안은 분명히 교육하되, 구체적 적용·입법·정책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견해가 나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관점을 소개해 그 논쟁 자체를 배움의 기회로 삼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교총은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무엇이 '논쟁적 사안'인지 어느 범위까지 '명확하게 교육해야 할 사안'인지 어떤 관점을 균형 있게 제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없이 이같은 '학교시민교육 원칙'이 통과될 경우 교사가 정치적 논란과 민원의 한가운데 놓일 우려가 매우 높다"며 "정치적 중립성의 구체적 기준, 논쟁적 사안에 대한 수업 운영 가이드라인, 민원·분쟁 발생 시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학교를 사회적·정치적 갈등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본원칙과 함께 의결된 '중·고등학교 역사 관련 교육과정 수립·변경 계획(안)'에 관해서는 "현장과 괴리된 처방"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국교위는 지난달 16일 제7차 회의에서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하고, 가칭 '역사콘텐츠 비평·분석' 선택과목을 사회 교과군 융합 선택과목 형태로 신설하는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전날 국교위가 관련 안을 의결하면서 다음 달부터 교육과정 시안 개발을 위한 정책연구가 추진된다.
국교위는 내년 11월 행정예고(안)를 보고, 같은 해 12월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고시, 2030년 3월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사항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총은 "중학교 근현대사 비중 확대가 중·고교 역사교육의 계열성을 약화시키고, 근현대사의 반복 학습을 강화하는 대신 전근대사 학습을 축소시킬 수 있다"며 "근현대사 학습 부족의 원인이 중학교 3학년 2학기 학사 운영의 파행에 있다면,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지 교육과정 후반부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근현대사 분량을 늘리는 것은 원인은 외면하고 교육과정만 고치는 현장과 괴리된 처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아직 모든 학교급과 학년에 적용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특정 영역의 비중을 다시 조정하는 것은 국가교육과정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크게 훼손한다"며 "정권이나 사회적 관심사가 바뀔 때마다 특정 시대나 영역의 비중을 확대·축소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손질한다면 교육과정의 정치적 중립성은 무너지며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교사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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