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거부권 불허에 "모르는 걸 말하란 거냐"
"영부인은 클러치백 필수…짝퉁 많이 샀다"
"죄인 몰이 이해 안 가…검사도 모르지 않나"
내달 14일 피고인 신문·28일 변론 종결 예정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전당대회 당선을 대가로 자신에게 267만원 상당의 가방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부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김 여사는 재판부가 증언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자 "제가 모르는 것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말해야 하느냐"며 반발했다. 다만 김 의원 배우자에게서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받은 점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10일 김 의원과 배우자 이모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3차공판을 진행했다.
김 여사는 이날 검은 정장에 마스크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앞서 김 여사 측은 건강이 좋지 않고 증언을 거부할 예정이라 굳이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재판부는 이날 김 여사에게 선물 수수와 관련해서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고지했다.
선물을 받은 김 여사는 당시 대통령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로,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가 직무 관련 금품을 받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선물을 받은 사실을 증언하더라도 김 여사 자신의 형사처벌로 이어질 우려가 없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가 증언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다고 하자 김 여사는 "제가 모르는 것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말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재판부가 "기억이 없으면 없다고 답하면 된다"고 하자 그는 "이 사건은 제가 직접적으로 한 사건이 아니라 기억이 거의 없다. 이해는 했는데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 측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수사를 마친 뒤 이 사건 선물이 윤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추가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국가수사본부에 넘긴 점을 들어, 김 여사의 증언이 향후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관련 수사는 종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사건 선물이 여성용 물품인 만큼 윤 전 대통령에게 제공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신문에서 김 여사는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김 의원 부부에게 직접 전달받은 것은 아니며, 선물의 존재와 출처도 뒤늦게 알았다는 취지의 증언으로 일관했다.
그는 "영부인은 클러치백이 필수품이다. 저걸 제가 봤으면 썼을 것 같은데 안 썼다"고 말했다. 이어 "옷 색깔마다 필요해 제가 '짝퉁'을 많이 샀다"며 "클러치백이 많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이 당 대표 배우자로부터 명품과 편지를 받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느냐고 추궁하자 김 여사는 "검사님 그간 영부인들 수사 다 했느냐. 저만 했지 않느냐"며 "절 무조건 죄인으로 모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국민들이 일어나는 일을 정말로 알까요"라며 "검사님도 대통령 관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시잖아요"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선물 전달자를 묻는 질문이 이어지자 김 여사는 "가능성을 여는 건 좋지만 추측을 넘어서 또 하나의 범죄를 성립시키는 일"이라며 "범죄 확장시키지 마세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해당 가방이 당대표 선거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했느냐는 김 의원 변호인 질문에는 "당대표는 제가 신경 쓸 것도 없고 전혀 모른다"며 "그건 김 의원을 모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방과 함께 전달된 이씨의 편지에는 '긴 여정이었지만 대통령님과 영부인께서 곁에 계셔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조사됐는데, 김 여사는 "편지 내용은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제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줄리' 의혹부터 저의 악마화가 이어져 지겨울 때였다"며 "누가 예전에 무엇을 선물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 않느냐. 그 점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내달 14일 김 의원 부부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같은 달 28일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다.
앞서 김 의원 부부는 김 의원이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선된 것을 대가로 같은 해 3월 17일께 김 여사에게 267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 1점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김 의원 배우자는 선물 제공 사실은 인정했으나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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