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이 만나고 끝없이 탐구했다…국중박서 만나는 '추사 김정희' (종합)

기사등록 2026/08/10 13:34:05 최종수정 2026/08/10 13:38:23

8월11일~11월22일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청나라 문인부터 승려까지…신분·학문 경계 넘은 교유 조명

북한산 오르고 경주 산골 누벼…금석학 탐구 성과 한자리에

말년 걸작 '불이선란도' 한달간 전시…이건희 기증작 2점 첫 공개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전시설명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26.08.1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추사 김정희 등장 이후에 진경산수의 민족화풍이 중국화풍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용상으로 보면 단원 김홍도의 후배들이 타성에 빠졌을 때 다양성과 국제적인 영향을 준 것이죠."

유홍준 국립중앙박관장이 10일 박물관 서화실 세 번째 주제전시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전시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에 이어 이번에는 추사 김정희다. 추사가 학문과 신분을 뛰어넘어 여러 사람과 교유하며 쌓은 성과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전시에서는 말년의 걸작인 보물 '불이선란도'를 한 달여 동안 만날 수 있고,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허련과 이하응의 작품도 기증 이후 처음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추사 개인의 예술적 성취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가 맺은 인간관계에 주목한다.

김정희가 아내와 벗, 제자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유배 생활의 고독을, 평생지기 권돈인이나 청나라 문인들과 주고받은 시와 그림을 통한 교유를, 김정희의 제자 허련과 이하응으로 이어지는 예술적 계승 관계 등을 만날 수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전시설명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다중촬영) 2026.08.10. xconfind@newsis.com

불교와 김정희의 관계도 조명한다. 신부의 차이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눈 최의에게 보낸 편지, 불교 이론을 논했던 고승 해붕과 백파를 기리는 글 등에서 불교가 김정희의 삶과 예술에 어떤 정신적 기반이 됐는지 보여준다.

또 김정희의 스승인 청나라 학자 옹방강과 아들 옹수곤에게 금석학을 접한 김정희가 직접 북한산 비봉에 찾아 신라 진흥왕순수비임을 밝혔던 탁본과, 그가 경주 무장사 풀숲에서 찾아낸 무장사비 등이 전시된다.

고증학의 선두 주자로서 시대와 신분을 넘어 학문의 근원을 찾았던 김정희의 본질적 탐구 열정을 만날 수 있다.

총 31건 38점을 통해 금석학, 문예, 불교 분야에서 다른 이들과 나눈 교유가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적 성취로 이어지는 과정이 드러나는 것이다.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김정희가 60대 후반에 완성한 말년의 대표작들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전시설명회에서 보물 '불이선란도'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26.08.10. xconfind@newsis.com

'이 계절의 명작'으로 선정된 '불이선란도', '산호가·비취병 대련', '해붕대사화상찬' 등이다.

보물 '불이선란도'는 난초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서예적인 붓놀림으로 그렸다. 아들에게 지도했듯 난초를 세 번 꺾은 삼절법으로 그려졌다.

'불이선란도'는 오는 9월 13일까지만 전시되며, 다음날인 14일 하루 휴실 후 김정희의 '함추각 행서대련'으로 교체 전시된다.

1856년 71세에 쓴 '산호가·비취병 대련'과 '해붕대사화상찬'도 선보인다.

'산호가·비취병 대련'은 김정희가 말년 과천 봉은사에 머물던 시절 제자를 위해 쓴 작품으로, 필획의 굵기 차이가 크고 조화로운 말년 추사체의 특징을 보여준다. 같은 해 쓴 '해붕대사화상찬'은 해붕대사를 기리는 글로, 그의 해서체 중 최고의 명작으로 꼽힌다.

이수경 미술부장은 "많은 사람이 추사체를 궁금해하는데, 사실 하나가 아니라 30대부터 70대까지 끊임없이 변화했다"며 "예서에서 시작해 어떤 글자도 똑같이 쓰지 않은 매력을 도서한다는 마음으로 박물관에서 하나하나 읽으면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전시설명회에서 '소동파입극도'가 전시되어 있다. 2026.08.10. xconfind@newsis.com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6건 6점도 처음 선보인다.

이 가운데 김정희의 작품은 3점이다. 34세 때인 1819년 부친 김노경의 예조판서 임명과 자신의 문과 급제 소식을 전한 '황해도 무관에게 보낸 편지', 북청 유배 시절 발견한 돌화살촉을 고증하며 지은 시를 쓴 '석노시첩', 제주 유배 중 청나라 문인 오숭량의 그림에 지어 보낸 시 '기유십육도시첩'이다.

주학년이 그리고 옹방강과 완원 등이 감상 글을 남긴 '소동파입극도'도 처음 공개된다.

또 김정희의 제자인 허련의 '원나라 화가 예찬풍 산수도'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32세 때 김정희의 난초 그림을 본떠 그린 '묵란도권'은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으로, 기증 이후 처음 전시된다.

전시는 ▲김정희의 편지와 일상 ▲함께 성취한 금석학 성과 ▲추사 김정희의 문예교유 ▲추사 김정희의 벗, 불교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오는 11일부터 11월 22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진행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많은 관람객이 와서 19세기 전반기 중엽까지 일세를 풍미했던 추사 김정희와 그 친구들의 세계에, 그리고 사실주의에서 예술의 본령으로 더 접근하는 서화 세계를 만나 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전시설명회에서 '산호가·비취병 대련' 이 전시되어 있다. 2026.08.10. xconfi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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