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시신도 수습했다…우크라 '영혼 수집가' 지뢰에 숨져

기사등록 2026/08/10 11:02:55 최종수정 2026/08/10 11:32:24

민간인·우크라이나군·러시아군 가리지 않고 20년 넘게 시신 찾아

"모든 사망자는 제대로 묻혀야"…‘교두보’ 수습단체 설립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군 시신까지 20년 넘게 수습해온 우크라이나 봉사자가 시신 수습 임무 중 지뢰 폭발로 숨졌다. 숨진 올렉시 유코우(40)는 시신을 가족에게 돌려보낸다는 뜻에서 ‘영혼 수집가’로 불렸다.

9일 AP통신에 따르면 유코우는 지난 5일 전쟁 사망자 수습 임무를 수행하던 중 지뢰 폭발로 사망했다.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의 성 볼로디미르 대성당에서 열린 정교회식 장례식에는 수천 명이 모였다.

유코우의 관이 키이우 독립광장(마이단)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무릎을 꿇어 조의를 표했다. 우크라이나의 다른 도시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다.

전국적인 추모를 받은 유코우는 ‘교두보’라는 뜻의 시신 수습단체 ‘플라츠다름’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민간인인지 어느 쪽 군인인지와 관계없이 모든 전쟁 사망자는 존엄하게 묻혀야 한다고 믿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출신인 유코우는 무술 강사로 일했다. 10대 때 제2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유해 발굴과 수습을 시작했다.

이후 그가 세운 플라츠다름의 봉사자들은 지뢰가 남은 들판과 숲, 폐허가 된 건물 사이를 찾아다니며 시신을 수습했다. 유코우는 2022년 지뢰 폭발로 다리를 다치고 한쪽 눈을 잃었지만 회복 중 다시 시신 수습 현장으로 돌아갔다.

유코우는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지뢰와 포격, 드론이 목숨을 위협해도 모든 시신을 가족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현장에 나간다고 썼다.

그가 말한 ‘모든 영혼’에는 러시아군도 포함됐다. 유코우는 러시아군 시신을 두고 “‘썩도록 내버려두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적군의 시신까지 수습하는 것이 자신이 ‘모든 영혼을 위해 싸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아내 예우헤니야 칼루히나는 장례식에서 시신 수습이 힘들고 두려운 일이었지만 전쟁 사망자들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남편의 일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유족 디아나 칼루히나는 “그는 죽은 이들을 존중했고, 남겨진 이들의 상처를 치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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