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자들 "현 상황 설명했을 뿐"…"후퇴" 비판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히로시마(広島) 원자폭탄 희생자 추도식에 이어 9일 나가사키(長崎) 추도식에서도 '비핵3원칙'에 대해 '견지 중'이라는 상황 설명을 하는 데 그쳤다. 향후에도 해당 방침을 견지하겠다는 '계속성'이 빠져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나가사키시에서 열린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 위령 평화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며 "우리나라는 비핵3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堅持しており), '나가사키를 최후의 피폭지로'라는 맹세 아래 유일한 전쟁 피폭국 사명을 가지고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현실적이며 실천적인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81년 전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참화를 결코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념식 후 기자회견에서도 비핵3원칙을 둘러싸고 "정책상 방침으로서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앞서 그는 지난 6일 히로시마(広島)에서 열린 '원자폭탄 사몰자 위령식·평화기념식'에 참석해서도 "우리나라는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향한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해 나갈 사명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비핵3원칙을 둘러싼 발언에는 향후에도 관련 방침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계속성이 빠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역대 총리들이 '견지하면서(堅持しながら)', '견지하며(堅持しつつ)' 등의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비교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현 상황에 대한 설명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핵3원칙이란 1967년 사도 에이사쿠(佐藤栄作) 당시 총리가 '가지지 않으며, 만들지 않고, 들여오지 않는다'고 표명한 것을 말한다. 1971년 국회에서도 결의됐다.
2022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의된 안보3문서 중 하나인 국가안보전략은 "비핵3원칙을 견지한다는 기본 방침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고 명기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같은 문구를 개정 후에도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향후 개정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9일 나가사키 기념식 참석 후 나가사키 시내 호텔에서 피폭자 단체 등 7개 단체와 면담했다.
나가사키원폭피해자협의회의 다나카 시게미쓰(田中重光) 회장은 면담 후 취재진에게 다카이치 총리가 "현 상황을 설명했을 뿐,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핵3원칙을 국시(國是·국가이념)라고도 하지 않았다. 후퇴다"라고 비판했다.
나가사키현 피폭자 수첩회의 도모나가 마사오(朝長万左男) 회장은 "(비핵) 3원칙 재검토 등 다른 생각이 있는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불안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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