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피해 본 '일천궁'…농진청, 주산지 복원 나선다

기사등록 2026/08/10 11:00:00

경북 영양·봉화 생산 급감에 강원 고지대로 재배지 이동

토양 훈증·저온성 필름 적용하자 생육 179% 향상

고온·연작장해 극복해 국산 약용작물 안정적 수급 추진

[세종=뉴시스] 훈증, 해가림, 저온성필름 등 기술을 투입해 재배한 '일천궁' 모습. (사진=농촌진흥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기후변화와 이어짓기(연작) 장해로 경북 영양·봉화 등 주산지에서 생산량이 95% 이상 급감한 약용작물 '일천궁'의 재배 기반을 되살리기 위한 기술 개발이 추진된다. 토양 소독과 저온성 필름 등을 적용한 결과 기존 재배 방식보다 생육이 약 179%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일천궁 주산지의 재배 기반을 복원하고 농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영양군농업기술센터, 경농 등과 협력해 기후변화와 이어짓기 장해 극복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일천궁은 당귀, 작약 등과 함께 면역력 개선 건강기능식품에 널리 사용되는 약용작물이다. 통증 완화와 혈류 개선, 항염증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천궁 등이 원료로 사용되는 면역력 개선 관련 제품 시장은 약 4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최근 주산지인 경북 영양과 봉화 등에서 기후변화와 이어짓기 장해가 겹치면서 일천궁 생산량이 95% 이상 감소했다.

이에 재배지가 강원 정선·태백 등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고지대로 이동했고 기존 주산지 농가들은 먼 지역의 재배지를 오가며 작물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농진청이 주산지 복원을 위해 투입한 핵심 기술은 이어짓기 장해를 개선하는 '토양 소독(훈증) 기술'과 고온 피해를 줄이는 '저온성 필름 활용 기술'이다.

토양 훈증 기술은 인삼 재배에서 성과가 확인된 기술을 활용했다. 인삼은 같은 밭에서 이어짓기가 까다로운 작물이지만 토양 훈증과 풋거름 작물 재배를 결합해 같은 밭에 다시 심을 수 있는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2년 이하로 단축한 바 있다.

저온성 필름은 수분 증발산이 가능한 복합 소재다. 고온기에 두둑 표면 온도를 약 15~30도, 토양 온도를 7~9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필름 겉면은 흰색으로 햇빛을 반사해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안쪽은 검은색으로 광 투과율을 낮춰 잡초 발생을 줄인다. 앞서 진행한 실험에서는 저온성 필름을 덮은 밭에서 일천궁 고사율이 약 7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장 실증에서도 생육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지난해 일천궁을 처음 재배했던 밭을 토양 훈증 처리한 뒤 같은 밭에서 다시 재배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올해 3월 종근을 심었다.

지난달 말 생육 상태를 조사한 결과 토양 훈증과 차광망, 저온성 필름을 함께 적용한 일천궁의 초장은 41.3㎝로 나타났다. 이어짓기를 하면서 토양 훈증 없이 흑색 필름을 사용한 기존 방식의 14.8㎝보다 약 179% 더 자랐다.

이번 실증은 일천궁의 이어짓기와 고온 피해에 대응하는 기술이 실제 농가 현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안정적인 재배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첫 단계다.

농진청은 앞으로 실증 결과를 토대로 관련 기술을 보완하고 현장 적용성을 높여 일천궁 주산지의 재배 기반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박부희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재배과장은 "약용작물의 원활한 수급 체계가 자리 잡으려면 토양 관리와 고온 극복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번 실증이 일천궁 정착 재배 시기를 앞당겨 국산 원재료의 안정적인 수급에 이바지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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