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 사라지면 피해자 부담 커질 우려
"정리 안 된 사건 법원 오면 바로잡기 쉽지 않아"
재판 장기화·법왜곡죄 고소 증가 가능성도 제기
[서울=뉴시스]홍연우 이승주 이윤석 기자 = "궁극적으로는 피해자 보호에 시간이 더 걸리고, 과거만큼 완벽하게 되지 못할 우려가 커졌습니다. 앞으로 누가 끝까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는 힘든 사건들을 맡으려 할까요?"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법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기관이 확보하지 못한 증거를 당사자가 직접 찾아 나서는 '형사절차 민영화'로 경제력에 따른 대응 격차가 커지고, 수사 공백이 재판으로 넘어가 공판 장기화와 형사부 기피를 부추기면서 피해자 보호까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 없으면 대응 어려워"…'형사절차 민영화' 우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수사 과정에서부터 돈 없는 사람들이 대응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돈이 있으면 전관 등 변호사를 영입해 초기부터 대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변호사 선임부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재판이 길어지면 부담은 더 커진다. 이 부장판사는 "재판 기간이 길어지면 변호사 수임료 등 비용도 늘어난다"며 "피해자나 억울한 피고인이 대응을 포기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수사 부실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수사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재판에 넘어오면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생기거나, 반대로 증거 부족으로 처벌해야 할 사람에게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고법 부장판사도 "재판이 길어지면 궁극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시간이 걸리고, 과거만큼 완벽하게 되지 못할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국선변호인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적용 대상이 제한적인 데다 업무 부담과 조력 범위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공백 떠안는 법원…"공판 장기화는 불가피"
수사 단계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재판으로 넘어오면서 법원이 사실상 수사 공백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동안 복잡한 사건은 경찰 수사 이후 검찰이 피의자나 주요 참고인을 다시 조사하며 증거와 진술을 정리해 기소해 왔다.
한 고법 판사는 "검찰이 경찰에서 산발적으로 수사한 내용을 핵심적으로 정리해 왔다"며 "그런 절차가 없어지면 수사 초기부터의 증거를 판사들이 보고 정리해야 해 재판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경지법 형사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한 판사도 "수사 단계에서 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법원에 오면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며 "혐의를 다투는 사건들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법정 증거조사와 심리가 충실해질 경우 심리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최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이제 판사님들도 수사하셔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재판부가 수사 단계의 미진한 부분을 어디까지 보완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한 지법 판사는 "빈 부분을 판사들이 채워야 한다는 분도 있지만, 입증이 안 되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판사의 역할이고 검사처럼 나서서 수사하면 안 된다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법왜곡죄까지 겹쳤다…"이제 형사부 누가 가겠나"
재판부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법왜곡죄 시행과 맞물리면서 이미 존재하는 형사사건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판사가 추가 증거나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확인할 경우 피고인 측이 재판부가 유죄의 예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법왜곡죄 고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왜곡죄가 실질적으로는 공격 수단이 된 측면이 있다"며 "양심에 따라 재판해도 고발장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형사부를 반길 법관들이 많겠느냐"며 "형사부 기피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이 곧바로 형사부 기피 심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법 판사는 "형사부 기피는 이전부터 있던 현상"이라며 "사법 체계 개편과 맞물려 더 심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건이 암장되거나 피해자 보호가 미흡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며 "끝까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는 힘든 사건들을 누가 맡을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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