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잠"…점심시간 쪼개 쪽잠 자는 2030, 무슨 일? [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08/08 06:10:00 최종수정 2026/08/08 06:14:25

점심시간 수면 카페 찾는 2030

도서관서 쪽잠 청하는 대학생들

한국인 수면, OECD보다 1시간30분 짧아

전문가 "낮잠은 응급처치일 뿐"

[서울=뉴시스] 우연지·이지윤 인턴기자 = 4일 방문한 강남의 수면 카페 내부 수면 공간 및 휴식 공간의 모습. 침대와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돼있다. 2026.08.04.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우연지 인턴기자, 이지윤 인턴기자 = "밥을 거르더라도 점심에 30분이라도 자는 게 오후 업무에 훨씬 도움이 돼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수면 카페. 점심시간이 되자 카페에 직장인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식사를 하기보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려는 이들이었다.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거나 독립된 수면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 모습이 이어졌다.

최근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 사이에서 점심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쪽잠을 청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나 학교에서 마땅히 잠을 잘 공간을 찾기 어려운 데다, 업무와 학업에 쫓기면서 짧은 시간이라도 수면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낮 12시께 찾은 카페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쉬려는 직장인들이 잇따라 들어왔다. 카페 관계자는 "평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가 가장 붐비는 시간대"라며 "이용객 대부분이 20~30대 직장인이나 학생"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일반 라운지와 휴게실, 독립된 수면실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이용객들은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거나 문이 달린 수면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라운지 소파에 기대 눈을 감거나 음료를 마시며 조용히 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평균 이용 시간은 1시간 안팎이었다. 점심시간에는 수면실이 대부분 찼고, 일부 이용객은 라운지에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운영자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쉬는 라운지를 중심으로 기획했지만, 문을 열어보니 잠을 자러 오는 직장인과 학생이 훨씬 많았다"며 "현재는 하루 이용객의 약 40%가 수면 공간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다방처럼 편하게 오래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있었지만, 요즘은 일반 카페에서 장시간 쉬거나 잠을 자기가 부담스럽다"며 "발을 뻗고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수면실을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우연지·이지윤 인턴기자 = 4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의 한 무인 휴식 시설의 모습. 인턴기자가 안마의자를 사용하고 있다. 2026.08.04.

같은 날 찾은 강남구의 한 무인 휴식 시설은 외부와 분리된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었다.

직원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이 시설에는 이용객들이 예약 시간에 맞춰 조용히 드나들었다. 10분 단위로 예약할 수 있어 점심시간이나 약속 사이에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에도 용이했다.

내부에는 여러 종류의 안마의자와 안대, 휴대전화 충전기 등이 마련돼 있었다. 이용객은 마사지 부위와 강도, 기기 크기 등을 비교해 원하는 안마의자를 선택했다.

◆ 밥보다 잠 선택하는 직장인들…도서관서 쪽잠 자는 대학생들
이용객들은 짧은 시간이라도 잠을 청하면 피로를 덜고 업무나 학업에 다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점심시간에 수면 카페를 찾은 30대 직장인 A씨는 "회사 근처 카페에서는 오래 있거나 잠을 자기가 눈치 보이지만 이곳에서는 30분이라도 푹 잘 수 있다"며 "업무가 몰릴 때는 밥을 거르더라도 잠을 자는 편이 오후 업무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시를 준비하는 20대 B씨도 "도서관에서는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며 "여기서 잠깐 자고 다시 공부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도 잘 된다"고 했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학교 안에서 짧은 수면을 해결하는 모습이다.

서울대와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은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교내에 별도의 공간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수면 공간에는 몸을 눕힐 수 있는 리클라이너 의자와 이불, 담요 등이 비치돼 있다.
[서울=뉴시스] 일부 대학은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교내에 별도의 수면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관정도서관 7층에 마련된 수면 공간 '온돌 공간'(왼쪽)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역시 백남학술정보관 내 마련된 ‘이순규 H-up Zone’(오른쪽)의 모습이다. (사진출처: 서울대저널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 공식 블로그 캡쳐)

대학교의 경우 도서관 인근에 수면 공간이 마련된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시험 기간 도서관에서 장시간 공부하다 짧게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아 도서관 주변에 수면 공간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최모씨는 "시험 기간에는 집에 가서 잠을 자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진다”며 “통학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를 하고 1~2시간씩 눈을 붙인다"고 말했다.

◆ OECD 평균보다 1시간30분 짧아…"낮잠은 응급처치일 뿐"
이처럼 청년들이 일상 속 자투리 시간까지 활용해 잠을 보충하는 배경에는 한국인의 짧은 수면시간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시간27분보다 약 1시간30분 짧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수면시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면 카페나 교내 수면 공간을 찾는 청년층의 모습을 단순한 유행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노동·학업 환경과 연결해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중백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들이 식사나 이동 시간을 줄여서라도 잠을 보충하는 모습은 노동과 학업 환경의 강도가 높아진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높은 업무·학업 강도에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청년들이 식사나 이동, 휴식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쪽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당장의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만성적인 수면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5~20분가량의 짧은 낮잠이 일시적으로 각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충분한 수면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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