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세출위, 두 도시 ‘향후 지위’ 외교협의 지지
보고서 법적 구속력 없지만 스페인 주권 논쟁 국제화
모로코 친정부 매체도 "반환까지 얼마나 걸리나" 압박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시간) 지난달 30~31일 수만명이 세우타 국경을 넘어온 사태가 스페인에서 이주 문제를 넘어 두 도시의 영유권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 약속을 둘러싼 불안으로 번졌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당국 추산을 토대로 세우타로 넘어온 인원을 5만~6만명으로 전했다.
논란이 된 문서는 미 하원 세출위의 2027회계연도 국가안보·국무부 세출법안 부속 보고서다. 보고서는 “스페인이 행정권을 행사하는 세우타와 멜리야는 모로코 영토에 있으며 모로코가 오랫동안 영유권을 주장해 온 대상”이라고 적었다. 이 문서에는 모로코에 국방·안보 지원금 4000만달러(약 570억원)를 배정하고 두 도시의 ‘향후 지위’를 놓고 외교적 협의를 벌이는 방안을 지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이 보고서 자체가 미국 정부의 공식 외교정책 변경을 뜻하지는 않는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세우타와 멜리야를 건드릴 수 없다”며 “스페인의 영토 보전과 주권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모두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뒤 모로코 왕실과 가까운 매체들이 반환 요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모로코 매체 르360은 “핵심 질문은 두 도시가 모로코로 돌아올 것인지가 아니라,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극을 겪어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온라인 허위정보와 인신매매 조직이 월경을 부추겼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스페인 정보당국이 모로코 정부가 이를 기획하지는 않았지만 국경 통제를 풀어 사실상 허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이번 사태가 스페인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스페인이 역내 강국임을 보여줬다고 맞섰다.
2011~2016년 스페인 외무장관을 지낸 보수 국민당 소속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마르가요는 “스페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국령 지브롤터에 스페인인 6만명이 들어가는 것을 영국이 허용했겠느냐”며 산체스 정부에 더 단호한 대응을 요구했다. 그는 “모로코와 우호 관계를 추구해야 하지만 친구에게도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내부의 반발을 불러온 미 하원 보고서 문구를 넣는 데 앞장선 인물은 미 하원 세출위 국가안보·국무부 소위원장인 공화당의 마리오 디애즈발라트 의원이다. 그는 지난 4월 스페인 매체 엘에스파뇰과의 인터뷰에서도 두 도시가 모로코 영토에 있다고 말하며 스페인의 통치가 계속돼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그는 폴리티코에 보고서가 미국의 중대한 입장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국무장관에게 양측이 이 문제를 논의하는지 확인하도록 요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대사도 스페인의 가자전쟁 비판에 맞서 “우리를 계속 훈계하기 전에 아프리카에 왜 아직도 식민지 거점을 유지하는지 세계에 설명할 때”라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그러나 주스페인 이스라엘대사관 측은 다논 대사의 발언이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두 나라의 갈등은 과거에도 세우타 일대에서 불거졌다. 2002년 모로코 해병대가 세우타 인근 무인도 페레힐섬에 상륙하자 스페인은 특수부대를 투입해 섬을 탈환했다. 2021년에는 모로코가 국경 경비대를 철수한 뒤 약 8000명이 세우타로 넘어왔다.
나토의 방위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별개로 스페인 정부는 주권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스페인 외무부는 “세우타와 멜리야가 스페인 영토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국제법과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한다”며 주권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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