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자료조사뿐"…시신 처리법·미국식 영어 표현 질문
"유색인 지적 성취 깎아내린 관행"…법률대리인도 선임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서던메소디스트대 대학원생 제리 팔라데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분명히 결백하다”고 썼다. 이어 누구도 흑인 청년인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했다.
팔라데의 범죄소설 ‘전화해, 시신은 내가 숨겨줄게’(Call Me, I’ll Hide the Body)의 미국 판권 입찰에는 출판사 14곳이 참여했다. 그는 맥밀런 산하 미노타우르 북스와 책 두 권을 내는 조건으로 200만달러(약 28억6500만원)가 넘는 계약을 맺었다. 하퍼콜린스는 영국 판권을 확보했다.
판권 거래가 마무리된 직후 팔라데를 대리하던 유로파 콘텐츠 소속 에이전트는 소설 집필에 AI를 썼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출판사들에 더는 이 작품의 출판권 거래를 대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팔라데는 한 기자에게서 AI 사용설에 관한 질문을 받은 지 몇 시간 뒤 에이전트가 이 작품에 대한 대리 업무를 중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에이전트였던 마크 제럴드는 현재 팔라데를 대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지만 추가 언급은 하지 않았다.
출판 계약의 현재 상태는 확인되지 않았다. 맥밀런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미노타우르 북스가 작품 입찰에 참여했으나 이후 에이전트가 결국 원고를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맥밀런과 하퍼콜린스는 이번 주 계약 유지 여부를 묻는 추가 질의에 답하지 않았고, 팔라데도 계약 상태를 밝히지 않았다.
팔라데는 WSJ 인터뷰에서 AI를 소설 집필이 아니라 자료조사에만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기기에서 오픈소스 AI 모델을 구동해 시신을 녹이는 데 어떤 화학물질을 쓸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고 했다. 미국식 영어 표현을 확인하는 데도 AI를 이용했다. 나이지리아에서 학부를 마친 그는 ‘wardrobe’를 미국에서 더 자연스럽게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물었다고 했다.
팔라데는 의혹이 불거진 경위와 검증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출판 계약 과정에서 만난 편집자 가운데 누구도 AI 사용 여부를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고를 AI 탐지 프로그램으로 검사하는 데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관련 보도가 탐지 기술의 성능을 부각한 점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률대리인도 선임했다고 밝혔다.
팔라데는 유색인의 지적 성취를 의심하고 깎아내려 온 역사가 이번 사안에서도 되풀이됐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유색인 작가에게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면 이제는 거액 계약을 따낸 유색인 작가에게 AI 사용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반면 백인 작가들은 AI 사용을 공개적으로 말해도 비슷한 의심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팔라데는 첫 소설의 계약 상태가 불분명한 가운데 차기작 집필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차기작이 출간될 때 벌어질 판권 경쟁에 비하면 첫 소설 때의 경쟁은 “애들 장난에 불과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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