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고차 '깜깜이 수수료' 공개…7일 내 중대 하자 땐 계약 해제

기사등록 2026/08/06 12:00:00 최종수정 2026/08/06 13:26:24

국토부,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 마련…내년 하반기 시행 목표

수수료까지 총액 표시 의무화…매매업자 하자 발생률 매년 공개

점검오류 고의 없어도 제재…점검담합 근절 '리니언시 제도' 도입

성능보험, 판매자 보험으로 통폐합하되 보장 기간·항목↑보험료↓

내차팔기 플랫폼 진단오류 보상 기준·과징금 부과 근거 마련키로

【서울=뉴시스】서울시내 한 중고차 시장에 주인을 찾지 못한 중고차들로 줄지어 서 있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내년 하반기부터 중고차 매매의 고질적인 폐단으로 지적돼 온 '깜깜이 수수료'가 낱낱이 공개돼 주먹구구식 가격 책정이 사라질 전망이다.

중고차를 구매한 이후 보증 기간 내 하자가 발생하면 판매자에게 수리를 요구할 수 있고, 7일 이내 중대 하자로 수리비나 수리 기간이 과도한 경우 계약을 파기할 수 있게 된다.

또 중고차를 살 때 소비자가 지불하는 성능보험료는 매매업자가 내도록 하되 그 부담은 기존보다 낮춘다. 침수·사고 이력 등 중요 항목에 대한 점검오류 발생 시 고의 여부와 관계 없이 제재를 가한다. 

국토교통부는 6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제12회 국가정책조정회의' 논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의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중고차 시장에 누적된 낮은 신뢰와 불공정 관행을 개선해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고차는 매년 약 250만 대 거래되며 시장 규모가 30조원대로 커졌지만, 매매 가격의 수수료가 불투명하고 성능 점검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실정이다.

또 중고차 민원의 80%가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부실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 이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점검기록부 서식이 과거 차량 기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세부적인 점검기준과 오류에 대한 처벌 근거가 미흡한 탓이라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특히 2019년 성능보험 도입 이후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가 하자수리 책임을 보험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점검 품질을 높일 유인이 약화됐다. 성능보험은 중고차 구매 후 30일 및 2000㎞까지 점검결과를 보증하는 1회성 보험으로 성능점검자가 의무 가입하지만 그 보험료는 사실상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실정이다. 2024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전가된 보험료는 5년 만에 2.2배로 늘었고 이조차 방만하게 운영되면서 보험료 사업비(이윤 포함)가 44%에 달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고차 구매 후 하자가 생기면 딜러는 책임을 회피하고, 육안 확인이 어려운 하자는 성능보험으로도 보상되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상당하다.

[서울=뉴시스] 중고차 시장 거래구조(上) 및 거래·성능보험 처리 절차(下). photo@newsis.com

이에 국토부는 매매업자가 중고차를 인터넷 플랫폼에 광고할 때 차값 뿐 아니라 모든 수수료를 포함한 총액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예컨대 종전에는 매매가를 1000만원으로 올려 광고했다면 앞으로는 관리비 40만원과 보험료 20만원을 포함해 총 1060만원으로 게시하는 식이다. 소비자가 광고에 표시되지 않은 수수료를 계약 단계에서 뒤늦게 알게 되는 일이 사라지게 된다.

점검기록부는 현실에 맞게 개편하고 점검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점검품질을 개선한다. 침수·사고 이력 등 중요 항목에 대한 점검 오류는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하기로 했다.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 간 담합을 막기 위해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도 도입한다. 점검 오류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받는 성능점검자가 매매업자의 거짓점검 요구 사실을 증거와 함께 자진신고를 하면 행정처분을 면제해주겠다는 취지다.

점검 수수료를 현실화하고 현행법상 협회로 규정된 점검자 정의를 협회의 회원사로 정상화하는 등 업계 상생방안도 병행 추진한다.

하자보증책임은 매매업자에게 부여하기 위해 성능보험을 매매업자 의무보험으로 통폐합한다. 다만 보험의 보장 기간과 항목을 늘리되 보증범위에 제조사 보증항목을 제외하는 식으로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의 하자 발생률과 보험 손해율 등 신뢰도 정보는 매년 공시하고 이를 토대로 우수사업자를 지정해 매매업자의 품질·하자의 철저한 관리를 유도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구매 후 7일 이내 엔진 등 차량의 주요 장치 하자로 수리비 또는 수리 기간이 과도하게 발생한 때에는 소비자의 매매계약 해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또 내차팔기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불공정한 행태에 철퇴를 가한다. 최근 플랫폼이 영세 딜러를 상대로 진단오류 손해 전가와 클레임 제기 등을 이유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면서 그 피해를 소비자가 떠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데 따른 조처다. 

내차팔기 플랫폼의 진단 오류로 이용자 손실이 발생하면 플랫폼이 실제 손해액 수준의 보상 기준을 마련하고, 이용자 귀책이 아닌 사유로는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를 도입하고 행정 처분권자에 시·군·구청장 외 국토부 장관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아울러 중고차 딜러의 결격사유를 현행 '침수차 판매 적발로 형사처벌 받은 자'에서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받은 자'까리로 확대한다.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준형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이 지난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6. dahora83@newsis.com
박준형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앞으로 소비자는 추가 수수료 없이 인터넷 광고에 표시된 금액만 지불하고,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믿고 중고차를 구매하며, 보증기간 내 하자가 발생하면 판매자에게 수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다음달 중 관련 법령 개정안을 발의하고 과제별 세부 논의를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계획이다. 추가적인 업계 제안·의견 등은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논의해 나간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중고차 시장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산업임에도 거래의 불투명성과 불공정한 관행 등으로 소비자는 물론 성실한 업계 종사자까지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낡은 관행과 미비한 제도를 바로잡아 소비자는 안심하고 거래하고 사업자는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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