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협상 거부에 트럼프 "마지막 기회" 경고
제한적 공습 지속·확전·철수 놓고 선택 기로
베트남·이라크·아프간서 반복된 '전쟁의 딜레마'
3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전쟁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대폭 확대하는 선택은 피했다. 하지만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협상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제한적인 공습과 해상 봉쇄를 이어가며 전쟁을 장기화할 것인지, 이란의 기반시설까지 공격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주요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한 채 철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쪽도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이란과의 협상이 임박했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이란이 미국과의 추가 협상 사실을 부인하자 다시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현재 이란과 대화하고 있다"며 "이번이 그들(이란)이 좋은 합의문에 서명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참수 전에 그들에게 모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다"며 "우리는 이미 대규모 공격을 많이 했지만 그것은 평범한 수준의 대규모 공격이었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대규모 공세는 또 다른 위험을 낳을 수 있다. 이란을 추가로 공격한다고 해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미국의 걸프 동맹국을 공격하면서 전쟁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로 개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 해군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노출될 수 있고, 이란의 석유 수출 거점이나 해협 주변을 장악하기 위한 지상작전으로 이어진다면 제한적인 공습으로 시작한 전쟁이 훨씬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미국의 역사는 이런 '확전 딜레마'가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보여준다.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전에서 "이길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하면서도 북베트남에 대한 폭격을 확대하고 지상군을 투입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에서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2007년 병력 증파를 단행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과 달리 2009년 병력을 늘렸다.
이들 전쟁에서는 전쟁을 계속할수록 비용이 커지고, 철수할 경우 이미 치른 희생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목표 달성이 불완전했고, 패배를 인정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컸다. 결국 전쟁을 끝내는 대신 더 많은 병력과 자원을 투입하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 이런 '끝없는 전쟁'을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2016년 대선 당시 그는 미국이 "결코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첫 임기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을 증강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과거 비판했던 바로 그 선택의 기로에 다시 서게 된 셈이다. 전쟁을 장기화하면 '끝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질 수 있고, 확전하면 통제하기 어려운 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철수하면 주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정치적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군 사상자가 늘어날 경우 정치적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철수 과정에서 이미 발생한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은 오히려 전쟁을 계속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의 협상을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앞으로 이란의 대응과 미국의 추가 군사 조치가 전쟁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