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타·멜리야, 아프리카 대륙 본토 내 유일한 EU 영토·육상 국경
모로코·알제리 영유권 갈등…스페인 이민 정책 등 복합적 작용
3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세우타는 북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스페인령으로, 모로코 북부와 맞닿아 있다. 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스페인령 멜리야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 본토에 있는 유일한 EU 영토이자 육상 접경지다.
1580년부터 스페인 영토로 편입돼 기독교와 이슬람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모로코는 현재까지도 세우타와 멜리야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점령지'로 규정하고 있다.
세우타는 유럽으로 향하려는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주요 진입로다. 경제적 기회를 찾거나 분쟁·빈곤을 피해 유럽행을 시도하는 이주민들은 모로코 북부 도시 프니데크나 벨리우네시에서 약 5㎞ 바다를 헤엄쳐 건너거나 국경 울타리를 넘는 방식으로 세우타에 진입하려 시도한다.
스페인은 국경 울타리와 감시시설을 대폭 강화했지만, 이 두 곳에서는 대규모 월경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
2014년 세우타에서는 200여 명이 방파제를 헤엄쳐 넘거나 울타리를 넘으려다 최소 14명이 숨졌고, 2022년 멜리야에서는 2000여 명이 국경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23명이 사망했다.
이번처럼 수만 명이 한꺼번에 국경을 넘은 것은 단순한 이민 문제를 넘어 외교·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스페인 대법원이 해상으로 입국한 이주민을 즉각 추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뒤 "세우타에 들어가면 추방되지 않는다"는 허위 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한 것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모로코 당국이 국경 감시를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사실상 해제하면서 수만 명이 한꺼번에 국경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모로코와 알제리의 지역 패권 경쟁도 이번 사태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실제 2021년에도 스페인이 서사하라 독립운동단체 폴리사리오 전선 지도자의 치료를 허용하자 모로코가 국경 통제를 완화하면서 대규모 이주민 유입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서사하라는 1975년까지 스페인 식민지였으며, 현재 모로코와 폴리사리오 전선이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알제리는 폴리사리오를 지원하고 있으며, 모로코는 이를 자국의 안보 문제로 간주한다.
이번 사태는 EU 내부 갈등으로도 번졌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스페인의 대규모 불법체류자 합법화 정책이 이주민 유입을 부추기는 '유인 효과'를 만들었다고 비판했고, 이탈리아는 스페인의 솅겐 협정 참여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갈등을 봉합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3일 산체스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스페인과 모로코 당국이 이주민들을 신속히 송환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불법 이주민들이 스페인 본토와 유럽으로 추가 이동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막았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어 "핵심 국경 지역의 철저한 감시와 물리적 장벽 설치"를 제안하며 ▲제3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불법 이주 억제 ▲EU 외부 국경 강화 ▲조기경보 체계 구축 ▲인신매매 조직 해체 ▲불법 체류자 송환 강화 등 5대 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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