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측근까지 불러들였다…한 달 뒤 출항하는 '터너스호' 애플

기사등록 2026/08/04 10:54:07 최종수정 2026/08/04 11:14:24

2022년 퇴직한 로라 레그로스 재영입…제품 출시·개발 일정 조율한 핵심 참모

존 터너스, 팀 쿡 따라 경영회의·사업 로드맵 점검…9월1일 CEO 취임 예정

AI·메모리 공급난·임원 세대교체 과제…급격한 변화보다 실행력 강화에 무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오른쪽)와 존 터너스 차기 애플 CEO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애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EO로서 마지막 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애플의 키가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에게 넘어가기까지는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터너스는 은퇴한 옛 측근을 다시 불러들이며 새 체제의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4일 맥루머스 등 외신에 따르면 터너스는 2022년 애플에서 퇴직한 로라 레그로스 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을 경영진으로 재영입했다. 레그로스는 복귀 후 회사 내 여러 부문과 협업하는 부사장 역할을 맡고, 터너스가 오는 9월1일 CEO로 취임하면 그에게 직접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제때 완성하는 사람' 복귀…첫 인사에 담긴 메시지

애플 재직 당시 레그로스는 신제품을 직접 설계하는 인물이라기보다 제품이 계획대로 세상에 나오도록 조직을 움직이는 역할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레그로스는 제품 출시와 개발 일정, 여러 엔지니어링 조직 간 협업을 관리하며 각 팀이 같은 목표를 향하도록 조율했던 인물이다. 2018년 맥북 에어와 2020년 아이패드 에어를 애플 행사에서 직접 소개할 정도로 제품 조직 안에서도 존재감이 컸다.

무엇보다 레그로스는 은퇴 전 터너스가 가장 신뢰한 핵심 참모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차기 CEO가 첫 경영진 구성 단계에서 검증된 옛 측근을 복귀시킨 것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보다 안정적인 인수인계와 실행력 확보를 우선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아이폰·맥·아이패드·애플워치 등 제품별 조직이 거대해진 애플에서 부문 간 일정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연결자'를 가까이에 두려는 포석이다.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라는 터너스의 이력을 토대로 새로운 CEO 하에서의 애플이 어떤 체제를 갖추게 될 지 전망하고 있다.

터너스는 2001년 애플 제품 디자인 조직에 합류해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 2021년 수석부사장으로 올라섰다. 아이패드와 에어팟을 비롯해 아이폰·맥·애플워치 등 거의 모든 주력 제품의 하드웨어 개발에 관여했다. 15년 동안 애플의 사업 규모를 키운 쿡에 이어, 제품을 실제로 구현해온 엔지니어가 회사의 최종 의사결정자가 되는 셈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하드웨어 우선주의'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의 애플 제품은 자체 칩과 기기 설계, 운영체제, 서비스, 인공지능(AI)이 한 덩어리로 맞물려야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여러 부문을 넘나들며 일정을 맞추는 레그로스의 역할은 터너스 체제가 특정 제품군보다 조직 전체의 결합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을 보여준다.

터너스 본인도 최근 수개월 동안 쿡의 업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주요 경영진 회의를 함께 이끌고 회사 각 부문의 책임자들과 만나 내년도 제품·사업 로드맵을 점검하는 등 하드웨어 책임자에서 회사 전체를 지휘하는 CEO로 시야를 넓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존 터너스 차기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2022년 애플에서 퇴직한 로라 레그로스 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을 경영진으로 재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레그로스 부사장이 지난 2020년 아이패드 에어 신작을 공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애플) *재판매 및 DB 금지
◆팀 쿡, CEO서 물러나도 회사엔 남는다…'단절 없는 교체' 택한 애플

애플은 지난 4월 터너스가 9월1일 CEO에 취임하고 쿡은 이사회 집행의장으로 이동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쿡은 여름 동안 터너스와 함께 인수인계를 진행한 뒤에도 세계 각국 정책 담당자들과의 소통 등 일부 업무를 계속 맡는다. 지난주 실적 컨퍼런스콜이 쿡의 마지막 대외 일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CEO 자격으로 진행한 마지막 분기 실적 설명 자리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쿡이 곧바로 회사를 떠나지 않고 이사회에 남으면서 터너스는 통상·규제·정치권 대응에서는 전임자의 경험을 활용하고, 제품과 조직 운영에는 자신의 색깔을 입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갑작스러운 전략 전환보다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구조다.

다만 터너스는 곧바로 여러 난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AI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촉발한 메모리 공급난과 원가 상승에도 대응해야 한다.

지난 분기 애플은 아이폰과 맥 판매 호조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역대 최대 6월 분기 실적을 냈지만, 시장의 관심은 당장의 판매 성적보다 차기 성장동력과 비용 부담으로 옮겨가고 있다.

터너스 취임 직후 출시되는 제품 상당수는 이미 쿡 체제에서 수년간 준비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새 CEO의 색깔은 첫해 신제품의 외형보다 어떤 사업에 자원을 더 배분하고, AI·디자인·하드웨어 조직 사이의 의사결정 속도를 얼마나 끌어올리는지에서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레그로스 영입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터너스 체제 하에서의 애플에서는 필 실러와 루카 마에스트리 등 장기 재직한 고위 임원들의 세대교체도 향후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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