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분간 14곡 들려줘
전반부 밴드 사운드·후반부 DJ 세트로 꾸며
초신성 K-팝 그룹 '에스파(aespa)'가 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그랜드파크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시카고 2026(Lollapalooza Chicago 2026)' 무대에서 증명한 것은 바로 이 펄떡이는 생명력이었다. 이들은 정해진 콘셉트의 틀을 깨고 나와, 묵직한 밴드 사운드 위에서 오직 육성과 땀방울만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새롭게 육화했다.
이날 에스파는 약 50분 동안 14곡을 들려줬는데, 무대는 두 개의 명확한 장(章)으로 나뉘어 그들의 음악적 서사를 은유했다. 전반부는 라이브 밴드 사운드와 핸드 마이크가 이끄는, 이른바 '쇠맛'의 물리적 증명 과정이었다. '블랙 맘바(Black Mamba)'로 포문을 열고 '넥스트 레벨(Next Level)', '리치 맨(Rich Man)', '캔트 헬프 마이셀프(Can't Help Myself)'를 거쳐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치닫는 흐름은, 이들의 고유한 금속성 사운드가 밴드의 굉음과 만나 어떻게 육중한 타격감으로 변모하는지 보여줬다. 야외 페스티벌의 거친 음향 속에서도 멤버들이 뿜어내는 고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하이퍼팝(Hyperpop) 특유의 서늘함이 요동치는 성대를 통과하며 비로소 뜨거운 온도를 품게 된 것이다.
댄서들의 퍼포먼스('더티 워크(Dirty Work)' + '다크 아츠(Dark Arts)')로 공기를 환기한 뒤, 후반부 'WDA'부터는 DJ 세트가 무대의 심장 박동을 대신했다. '슈퍼노바(Supernova)'의 맹렬한 폭발력에 이어 미국 래퍼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이 깜짝 등장한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 무대는 공간의 에너지를 통제 불능의 상태로 몰아넣었다.
대형 야외 페스티벌의 맹점인 마이크 음향 편차로 인해 일부 보컬이 악기 소리에 잠기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균열은 이 무대가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작용했다. 초반의 긴장감을 허물고 무대 자체에 몸을 맡긴 채 '셰이킨(SHAKIN')', '홀드 온 타이트(Hold On Tight)', '위플래시(Whiplash)'를 내달리는 모습은, 결점 없는 인공물이 되기보다 기꺼이 상처 입을 수 있는 인간으로서 무대를 장악하겠다는 선언과 같았다. '레모네이드(LEMONADE)'의 마지막 비트가 멈출 때까지, 그들은 음악 안에서 스스로를 끝없이 부수고 다시 세웠다.
무대 위에서 날 것의 질감을 증명한 에스파는 이제 장소를 옮겨 또 다른 차원의 실험을 선보인다.
에스파는 오는 7일과 8일 서울 구로수 고척스카이돔에서 새 월드투어 '2026-27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컴플랙시티(2026-27 aespa LIVE TOUR - SYNK : COMPLaeXITY)'를 연다. 특히 7일 공연은 국내 극장 최초로 AI 공간음향 기술을 적용한 극장 라이브 뷰잉(Live Viewing)을 통해 전 세계 146개 상영관에 동시 중계된다. 야외 무대 위로 흩어졌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4K의 선명한 화질과 정밀하게 설계된 입체 사운드를 입고 다시 한번 관객의 감각을 타격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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