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착용 시 과태료 최대 300만원
선원들 "취지는 동의, 개선해야"
"어민 안전보다 소중한 것 없어"
"5G 연결 시 안전AI 나타날 것"
시행 3주차를 맞은 지난달 23일 서귀포 한 어선에 승선해 구명조끼를 대하는 뱃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다 위에선 수영선수도 못 버텨…구명조끼=생명줄"
이날 서귀포항에서 만난 오징어잡이 어선 덕성호(19t)의 임광철(60대) 선장은 오후 6시께 출항에 나섰다. 그는 배에 오르자마자 벨트형 파우치 형태의 장비를 허리에 둘러 맸다. 곧이어 승선한 선원들도 같은 형태의 장비를 찬 뒤 바다로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이들이 착용한 것은 벨트 형태의 '팽창식 구명조끼'다. 내부 가스 실린더가 수분 또는 수압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팽창해 부력을 끌어올리고 착용자를 수면 위로 부상시켜 준다. 관광객 등 해변에서 착용하는 것은 Y형 구명조끼다.
임 선장은 "조업 중 바다에 빠지면 사실상 생존하기가 매우 어렵다. 파도가 이리저리 치는데 수영을 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수영선수도 어쩔 수 없는 곳이 바다"라고 말했다.
◇9년 전 어선 화재로 24시간 해상 표류…"떠 있으니 살았다"
임 선장은 구명조끼 착용의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시간은 2017년 6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선원이었던 임 선장은 서귀포시 동해상에서 조업 중 배에 불이 났다고 전했다. 화재는 걷잡을 수 없었고 구조 요청도 못했다.
선정과 선원 6명은 배를 버리고 탈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배 안에는 구명정이나 구명조끼 등 조난에 대비한 장비가 없었다고 한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선원 6명은 바다로 뛰어들어 펜더를 붙잡고 의지했다. 이들은 오후 5시께 바다에 표류해 다음날 오후 5시30분께 인근 화물선에 의해 발견돼 구조됐다. 24시간동안 가까스로 버틴 끝에 생존한 것이다.
임 선장은 "당시 헬기나 배가 우릴 봐서 구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 뿐이었다. 바다에 떠다녔으니 발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먹고 살기 위해 바다로 나와 물고기 잡는 것인데 살아서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선원들 "구명조끼 취지는 동의…성능·디자인 개선 필요"
오랜 시간 고된 뱃일을 해 온 선원들에게 구명조끼는 익숙치 않다. 여태 아무 일 없이 조업을 해오다가 두터운 구명조끼를 강제로 입자니 여간 불편하다는 것이다.
1~2개의 버클과 부력재로 채워진 Y형 구명조끼의 경우 양 팔의 움직임이 제한된다. 그물을 당기고 낚싯줄을 던지고 어획물을 운반하는 작업이 대부분인데 구명조끼는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선원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구명조끼에서 밖으로 튀어 나온 여분의 끈 등은 위험요소로 꼽힌다. 특히 양망기 등에 말려 들어가면 그물과 함께 해상에 추락하거나 끼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선원은 "조업을 할 때에는 팔이 자유로워야 한다. 파도가 계속해서 치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게 항상 주변을 짚고 이동하기 때문"이라며 "고정 끈이나 버클 등이 그물이나 낚싯줄에 걸리면 그대로 딸려 나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제주도, 어선 1775척에 개선 구명조끼 보급…"생명·안전보다 소중한 것 없어"
도는 "만선의 기쁨보다 모든 어업인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우선"이라며 "어업인의 생명과 안전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구명조끼 착용을 비롯한 안전수칙을 반드시 준수해 달라"고 강조했다.
◇해상 조난자 위치까지 파악…실시간 전송으로 신속 구조
정보통신기술(ICT)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조난장비의 성능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구명조끼에 이어 해상 조난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전자기기도 나왔다. 구명조끼용 '개인 위치 발신 장치(AIS-MOB)', 구조 신호 발생기, 조난자 무선식별장치(RFID) 등이다.
이들 장비는 기기 안에 위성항법장치(GPS)와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탑재돼 있다. 해상 추락 시 장비가 사고를 인지해 조난자의 위치와 SOS 요청을 주기적으로 구조당국과 인근 선박에 전파한다.
해군과 해경의 경우 함정과 RFID를 연계해 대원의 생명을 보호하고 있다. 불법 조업 외국어선 단속, 야간 검문검색 등 현장 요원은 RFID를 착용해야 한다. 해상 추락 시 함정 내 수신기가 실시간으로 추락자의 위치를 추적한다.
다만 대부분의 첨단 조난 장비는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가격도 20~30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또 공식 전파인증 절차와 전파 사용료 등 각종 인허가로 인해 민간에서는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해상 안전 인프라 구축 핵심은 '주파수'…저궤도 위성 도입돼야"
조난자의 생존률 제고와 즉각적인 SOS, 사고 위치 전파, 효율적인 수색을 한 데 모을 '해상 안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의 통로인 '주파수'가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 전파법 45조 개정에 따라 '해상업무용 무선설비의 기술기준'이 완화된 것은 희소식이다.
◇"해상 5G, AI 사고 예측·자율운항 시대 발판"
제주대학교 해양시스템공학과 배진호 교수는 "4G LTE에서 5G로 이동통신기술이 옮겨지면서 AI, 자율주행 등 다양한 지식 산업과 기술이 등장했다. 해상 안전 분야에서도 각종 데이터를 송수신하기 위해서는 주파수가 핵심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자율해상무선기기(AMRD) 주파수가 개설됐다. 국내에서도 조난 장비의 연구 개발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며 "조난 구조 장비가 조난자의 위치는 물론 생체신호(바이탈사인)까지 당국에 전파할 수 있다. 해상 사고 초기 의료적인 부분에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사료했다.
배 교수는 "나아가 스타링크 등 저궤도위성을 국가 차원에서 도입한다면 AI에 의한 해상 사고 감지 시스템, 선박 자율운항 등 무궁무진한 해상 안전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 경험하는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해상에 적용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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