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회장 승부수 통하며 두산 도약
SK실트론 품고 반도체 체계 완벽 구축
첨단 소재부터 전후공정 모두 가능해져
글로벌 반도체 영향력 더욱 커질 전망
1983년 설립 이후 세 번째 대주주를 맞는 SK실트론은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이번 인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수년간 추진해 온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정점으로, 실트론이 새 주인 아래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수직계열화' 완성…박정원의 승부수
두산의 SK실트론 인수는 단순한 계열사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추진해 온 반도체 사업 확장의 마지막 연결고리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두산은 2022년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전문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전자BG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과 반도체 패키징 소재 등 핵심 전자소재 사업을 확대해 왔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의 출발점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까지 확보하면서 반도체 소재와 전공정, 후공정을 잇는 수직계열화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웨이퍼는 반도체 칩이 만들어지는 기판으로, 반도체 산업의 가장 기초적인 핵심 소재다.
특히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생산이 확대될수록 고품질 웨이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중공업 중심이던 두산그룹을 첨단 소재와 반도체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박 회장의 장기 전략을 상징하는 결정적인 투자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높은 진입장벽·AI 수요 확대…성장성 여전
업계는 SK실트론의 성장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보고 있다.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기술 장벽과 품질 관리 기준이 매우 높아 신규 업체 진입이 쉽지 않은 산업이다.
현재 글로벌 상위 5개 업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으며, SK실트론은 300㎜(12인치) 웨이퍼 분야에서 세계 3위권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AI 산업 확대는 웨이퍼 수요 증가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 생산이 늘어나면서 웨이퍼 시장도 중장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 구조도 안정적이다.
주요 고객사와 5년 안팎의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는 비중이 높아 업황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은 이 같은 시장 환경을 바탕으로 2031년 매출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메모리용 웨이퍼 시장에서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LG에서 SK, 다시 두산…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의 역사
SK실트론의 발자취는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1983년 설립된 회사는 LG그룹 계열사인 LG실트론으로 성장하며 국내 실리콘 웨이퍼 산업을 이끌었다.
이후 2017년 SK그룹이 인수하면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그룹 반도체 사업의 핵심 축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매각은 SK그룹이 추진 중인 AI 중심 사업 재편과 리밸런싱 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다만 매각 계약에는 일정 기준 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경우 추가 수익을 공유하는 '초과이익 공유(Earn-out)' 조항이 포함됐다.
실트론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매도자인 SK 측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조3000억원 인수…두산테스나 등과 시너지 과제
관건은 인수 이후다.
두산은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인수 자금을 자체 현금과 차입,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향후 실트론을 상장하지 않고 안정적인 배당 재원을 확보해 재무 건전성과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사업 측면에서는 두산테스나와 전자BG, SK실트론 간 연구개발과 고객사 확보, 생산 협력 등에서 얼마나 시너지를 창출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인수 후 조직 통합(PMI) 역시 중요한 변수다.
기존 고객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두산의 경영 체계를 성공적으로 접목해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웨이퍼의 전략적 가치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실트론의 미래는 두산이 인수 이후 통합 작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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