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46%·삼성전자 35% 하락…AI 수요 지속성 의문
알파벳·테슬라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투자금 회수 시점 따져
나스닥, 6월 기록적 종가보다 약 9% 낮아져
29일(현지시간) 영국의 BBC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각각 46%, 35% 떨어졌다. AI용 메모리반도체 수요의 급증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매도세를 키웠다.
두 회사 주가는 급락 이후에도 1년 전보다 크게 오른 상태다. 이에 최근 하락을 AI 거품 붕괴보다 급등 뒤 나타난 차익 실현성 조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벤처투자자 아일린 버비지는 “AI 거품이 터진 것은 아니지만 바람이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조정이 AI 기술 자체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최근 범용인공지능(AGI)을 인터넷이나 모바일보다 전기나 불의 발견에 더 가까운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의 핵심 재료인 실리콘이 모래의 주성분에서 얻어진다는 점을 빗대 “본질적으로 모래가 생각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기적과 같다”고 말했다.
AI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따지는 움직임은 미국 빅테크 주가에도 반영됐다. 지난 23일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테슬라 주가는 실적 발표 뒤 각각 7.1%, 14.5% 하락했다. 두 회사가 AI 관련 자본지출 확대 방침을 밝힌 가운데 2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9일 6월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보다 약 9% 낮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등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AI 투자액과 현금흐름은 시장의 핵심 점검 대상이 됐다.
BBC는 AI 지출 부담을 투자자들이 구분해 보기 시작한 사례로 스페이스X와 애플, FTSE100지수의 엇갈린 주가 흐름을 들었다. AI 기업 xAI를 인수한 스페이스X 주가는 BBC 보도 시점에 공모가보다 약 14%, 6월 고점보다 거의 50% 낮았다. 반면 AI 투자 경쟁에 상대적으로 덜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애플은 엔비디아를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위를 되찾았다. 기술주 비중이 낮은 영국 FTSE100지수도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BBC는 기술의 성공과 그 기술에 투자한 사람의 수익은 별개의 문제라는 역사적 교훈도 짚었다. 철도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경제를 바꿨지만 건설 경쟁 과정에서 수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
AI 기업들이 서로 상대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자금을 빌려주는 순환적 자금조달 구조도 위험 요인이다. 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 투자와 대출로 얽힌 다른 기업의 재무 상태까지 악화할 수 있다.
투자비와 자금 구조의 위험에 더해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제약도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와 지방정부는 막대한 물과 전력 소비를 이유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유예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AI가 대졸자들이 주로 진출하는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우려한 학생들이 공개 행사에서 AI 옹호론자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일도 벌어졌다.
버비지는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본다”며 “1년 전 반도체주를 샀다면 지금도 상당히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은 이제 ‘AI 투자’라는 명분만으로 지출 확대를 환영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했다고 BBC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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