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아이폰·맥 등 소비자 리스…월 17.99달러부터 1~2년 계약
메모리난에 스마트폰 평균판매가 사상 최고 550달러 전망
삼성은 구매·잔존가 보장형…업계 "가격 인상 대비 포석 가능성"
30일 업게에 따르면 애플은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아이폰·애플워치·맥·아이패드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용 리스 프로그램 '애플 업그레이드'를 출시했다. 할부 금융 서비스 기업 클라르나와 제휴해 운영되며, 현재 미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로의 확대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이폰 월 17.99달러부터…계약 끝나면 반납·인수·교체
애플 업그레이드는 아이폰·애플워치에 12개월 또는 24개월, 맥·아이패드에는 24개월 또는 36개월 계약을 제공한다. 월 이용료는 아이폰 17.99달러(약 2만6000원), 애플워치·아이패드 11.99달러(약 1만7000원), 맥 24.99달러(약 3만6000원)부터다. 기존 기기를 보상판매하면 월 부담을 더 낮출 수 있다.
계약이 끝나면 기기를 반납해 프로그램을 종료하거나, 일시금을 내고 제품을 인수할 수 있다. 최신 제품으로 다시 리스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기값을 나눠 내고 최종적으로 소유권을 얻는 일반 할부와 달리 계약 기간에는 소비자가 제품을 소유하지 않는 구조다. 애플케어는 기본 이용료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애플은 새 프로그램 출시에 맞춰 미국 내 기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과 '아이폰 페이먼츠' 제공도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 금융상품을 유지하면서 선택지를 하나 더 얹은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교체·분할결제 프로그램을 리스 중심으로 재편한 셈이다.
애플은 고객에게 더 유연한 결제 방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월 납부액을 낮춰 고가 제품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반납 기기를 리퍼비시 시장에 재공급하고, 소비자를 애플 생태계에 계속 묶어두는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AI가 부른 메모리난…비싸진 폰, 출하량은 역대 최대폭 감소
애플의 시도는 스마트폰 시장을 덮친 원가 상승 압박과 맞물린다.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 역량을 고부가 제품에 우선 배정했고, 스마트폰·PC용 범용 D램과 낸드 공급은 빠듯해졌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중급 스마트폰에서 메모리가 전체 부품원가의 15~20%, 고급 플래그십에서는 1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메모리 가격이 계속 오르면 제조사는 제품 가격을 높이거나 사양을 낮춰야 한다는 진단이다.
IDC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13.9% 감소한 10억9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평균판매가격은 지난해보다 100달러 오른 사상 최고치인 550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제품은 비싸지는데 판매량은 줄어드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제조사로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월 부담을 낮추고 교체 수요를 앞당길 새로운 장치가 필요해진 셈이다.
◆삼성은 '구매 후 반납'…애플 리스, 가격 인상 포석일까
삼성전자도 '뉴 갤럭시 AI 구독클럽'을 운영하고 있지만 애플의 리스와는 성격이 다르다. 소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먼저 구매한 뒤 월 구독료를 내고 삼성케어플러스와 잔존가 보장, 액세서리 할인 등을 받는 방식이다. 일정 기간 후 제품을 반납하면 기준가의 최대 50%를 돌려받지만 구매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순수 리스와 구분된다.
현재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소비자 대상 유료 리스를 도입하기로 했거나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애플의 시도가 시장에 안착할 경우 경쟁사들도 유사한 방식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빌려주고 월 이용료를 받는 사업은 누구나 검토할 수 있지만 결국 수익성이 관건"이라며 "현재 스마트폰이 빌려서라도 써야 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가격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애플이 추후 제품 가격을 올리기에 앞서 리스를 도입한 것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 제품 확대에 대비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월 부담부터 낮추려는 포석일 수 있는 셈"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리스가 소비자의 총비용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계약 종료 후 기기를 보유하려면 별도 인수금을 내야 하고 중도 해지, 파손·반납 기준에 따라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다. 월 부담을 낮춘 새 소비 방식이 비싸진 스마트폰 시장의 대안이 될지, 가격 인상을 가리는 장치가 될지는 실제 이용 조건과 소비자 선택이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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