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백악관 공개 설전 뒤 트럼프와 긍정적 회담
젤렌스키 방청석에서 상원 86대12 절차표결 지켜봐
2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상원은 이날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안’ 심의 착수를 위한 토론종결 표결에서 찬성 86표, 반대 12표를 냈다. 이는 법안 자체의 최종 통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법안이 의회를 최종 통과해 시행되면 러시아 지도부와 금융기관, 제재 회피에 동원되는 ‘그림자 선단’ 등을 제재 대상으로 삼는다.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가스 주요 수입국과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최고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별도로 이란의 에너지·무기 부문에 대한 기존 제재 권한을 연장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표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비공개 회담했다. 폴리티코는 회담을 마친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층 밝은 모습으로 백악관을 떠났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두 정상이 취재진 앞에서 언성을 높이고 회담이 조기에 끝난 장면과 대조됐다.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한 뒤 “제재의 목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가 러시아 국민의 전쟁 피로와 불만을 키우면 푸틴 대통령이 종전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라운즈 의원은 전했다.
일부 미 의원들은 워싱턴의 태도가 달라진 배경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최근 전과를 들었다. 존 부즈먼 공화당 상원의원은 “분위기를 바꾼 것은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거두고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전직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도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나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사이의 분위기가 1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 진영에서도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로 알려진 보수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최근 키이우를 방문한 뒤 러시아에 우호적이던 기존 태도를 바꾸고 우크라이나 지지 쪽으로 선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재 논의와 함께 군사 지원 확대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체계 생산 면허를 주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의회 회동에서도 생산 면허를 실제로 이행할 후속 조치와 PAC-3 요격탄 공급을 요청했다. 장거리 공격의 표적 확보에 쓰이는 스타링크 서비스도 계속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법안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백악관은 그동안 미온적이었고 공화당 지도부도 처리를 미뤄왔다. 이달 들어 행정부와 상원 협상단이 수정안에 합의한 데 이어 고 그레이엄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이 겹치면서 법안이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
그러나 이런 우호적 기류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려면 여러 관문이 남아 있다. 상원은 추가 절차 표결과 법안 최종표결을 거쳐야 한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심의를 신속히 진행해 이르면 이번 주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최종 입법은 빨라야 9월 이후 가능하다. 일부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에 최고 100% 관세를 물릴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는 데 반대하고 있다. 진 셰힌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이 법안이 법제화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대러 제재안이라며 “하원이 당분간 복귀하지 않는 만큼 의원들의 우려를 파악하고 조율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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