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시중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둔 금융그룹의 실적 행진은 올해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5대 금융은 상반기에만 13조원이 넘는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은행의 견조한 이자이익이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가운데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 수수료수익 등 비이자이익도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이처럼 최고 실적을 이어가는 근간인 은행의 대출 공급 내역을 보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신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기업대출의 증가폭 대부분이 보다 안정적인 대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 상반기 원화대출금은 385조1000억원 규모로 올해 들어 2.0% 성장했다. 이 기간 기업대출은 200조7000억원으로 3.4% 늘었다. 이 중 대기업 대출은 9.0% 성장한 반면, 중소기업은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호대출은 오히려 0.1% 줄어들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원화대출이 344조3830억원으로 3.1% 성장했다. 대기업 대출이 15.7% 급증한 데 기인한다. 중소기업은 0.1%에 불과하다. 이 중 소호대출은 마이너스(–) 2.6%를 기록했다.
다른 은행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기업 쏠림이 나타난다. 신한은행 원화대출은 340조3398억원으로 1.8%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2.8% 늘었는데, 이 중 대기업이 6.6% 성장했다. 중소기업은 1.8% 증가에 소호는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나은행은 327조1220억원 규모로 올 들어 2.9% 늘었다. 대기업은 10.1%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3.3%로 이 중 소호가 1.7%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을 보면 312조8480억원으로 2.0% 늘었다. 기업대출은 4.5% 성장했는데 대기업이 15.6% 급증했다. 중소기업은 1.6%, 소호는 1.3%에 그쳤다.
이처럼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되자 기업대출로 방향을 돌린 은행들은 중소법인(SME)보다는 안정적인 상환을 기대할 수 있는 대기업 여신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손쉬운 이자장사라는 지적에는 항변하고 있지만, 보다 안전하게 리스크를 덜고 수익을 늘리려는 회사 입장에서 합리적 선회일 것이다.
최근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각사의 최고재무책임자들은 정부의 생산적금융 확대로 인한 단기 수익성의 악영향 우려를 언급했다. 하지만 우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공급을 늘리는 생산적금융이 중장기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고도 부연했다.
업무 전반에 인공지능 기술 전환을 가속하는 은행들은 금융거래 이력이 적은 신파일러에 대한 대안신용평가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출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은 지키면서 SME 공급을 늘려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운영의 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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