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혜주스님 지도로 각국 대표단 선명상 체험
"참가자들 명상하며 미소 짓는 모습에 큰 행복"
"명상 확산의 근본 이유는 현대인이 겪는 고통"
[부산=뉴시스] 이수지 기자 =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부대행사장. 이 곳에선 위원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각국 대표단과 관계자들이 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선명상'을 체험하기 위해 자리를 채웠다.
이날 프로그램은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 혜주스님이 직접 기획하고 영어로 진행했다. 오전 프로그램에는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린 참가자가 있었고, 오후에는 본회의가 길어지자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와선'을 추가할 정도로 현장 상황에 맞춰 운영됐다.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노르웨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참가자들은 차를 마시며 명상에 잠겼고, 화두 수행에는 연신 질문을 이어갔다. 한 오스트리아 참가자는 프로그램 참여 후 혜주스님을 찾아와 "불교가 너무 평화로운 종교인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혜주스님은 "참가자들이 연기법에 기반해 차를 마시며 미소를 짓고, 화두 명상의 의심과 궁금증에 깊은 흥미를 보이는 모습을 보며 큰 행복을 느꼈다"고 말했다.
스님이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명상 기법이 아니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선명상의 의미였다.
"선명상은 하나의 명상법이라기보다 다양한 수행을 담는 바구니와 같은 개념이에요. 전통의 간화선과 지관 수행은 물론 현대 과학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명상까지 다양한 접근을 함께 담고 있어요."
스님은 "선명상의 궁극적 목적은 마음을 '지금 이순간, 지금 여기'로 가져와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고 우리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인간이 본래 지닌 모습으로 회복하도록 돕는 모든 수행이 선명상 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들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도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아침에는 연기법을 바탕으로 만물의 연결성을 느끼는 차명상과 자비 명상, 조계종이 개발한 키트를 활용한 화두 선명상을 진행했다. 오후에는 장시간 회의로 지친 참가자들을 위해 와선을 추가했다.
혜주스님은 최근 세계적으로 명상이 확산되는 이유를 현대인의 삶에서 찾았다.
그는 "서양에서 명상에 대한 뇌과학과 의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신뢰도가 높아졌고 그 프로그램들이 다시 세계로 확산됐다"면서도 더 근본적인 이유는 현대인들이 겪는 '고통'때문이라고 짚었다.
"사람들이 정말 힘들어서 명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은 언제나 힘들었지만, 요즘은 힘든 것에 대한 자각이 더 생겼거나 실제로 힘든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죠. 명상이 확산된 이유도 결국 고통인 것 같아요."
혜주스님은 과거에는 명상이 사찰과 수행자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누구나 일상에서 마음을 돌보는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봤다.
"동양에서는 아직도 명상을 종교적 수행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서양과 젊은 세대는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마음 훈련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제 명상은 누구나 일상에서 자신의 삶을 조율할 수 있는 생활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혜주스님은 끝으로 '회복탄력성'을 이야기하며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들과 전 세계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은 결국 우리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힘입니다. 그 바탕에는 '우리는 이미 본래 온전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습니다. 언제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스스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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