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56년만에 무죄…法 "고문으로 허위자백"

기사등록 2026/07/28 10:39:43 최종수정 2026/07/28 11:14:24

재심서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무죄

불법구금 가혹행위로 허위자백 강요

1969년 징역 1년6개월…1976년 사망

法 "유죄로 인정할 아무런 증거없어"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납북됐다가 귀환했지만 간첩으로 몰려 유죄가 확정됐던 어부가 5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법원 로고. 2026.07.28.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납북됐다가 귀환했지만 간첩으로 몰려 유죄가 확정됐던 어부가 5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2부(부장판사 성지용·전지원·김인겸)는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던 고인 A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69년 2월 동해안에 거주하던 납북귀환 이력이 있는 어부 A씨 등 16명은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군 103보안부대의 수사관들에게 연행된 후 불법 체포·구금됐다.

이들은 불법구금 상태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폭행, 협박 및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 자백을 강요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허위 자백을 근거로 납북귀환 후 지하당을 조직하거나 이에 동조, 또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3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A씨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1969년 7월 징역 1년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1월 항소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A씨는 1976년 4월 사망했고 자녀가 지난해 9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A씨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면서 보안대 수사관들의 불법체포·감금죄 공소시효 경과를 재심사유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모두 보안대에서의 불법구금과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해 임의성 없는 자백을 했고, 그 후 검사의 피의자신문 단계에서도 그러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돼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 등은 체포 당일이나 다음 날 피의자신문을 받거나 자술서를 제출했는데 기록상 구체적인 체포 시각이나 귀가 시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적법한 근거 없이 상당 기간 구금상태에 놓였던 것으로 봤다.

A씨의 며느리는 "돌아가신 시어머님에게 전해 듣기로 어느날 정체를 모르는 사람 2명이 집에 와서 아버님을 체포해 갔다"며 "아버님은 체포되고 나서 약 2년 후 교도소에서 출소하기 전까지 귀가한 적 없다고 한다"고 진술했다.

돌아온 A씨는 팔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선박의 기관장이었던 그가 이 사건 이후 집에서 10년 가까이 요양하며 바깥일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A씨의 며느리는 "가족들은 1~2년만에 갑자기 A씨의 몸 상태가 엉망이 된 것은 조사  당시의 많은 물리적 억압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심 법정에서의 A씨 진술 역시 원심 판결 선고 때까지 실질적인 구금 상태가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으로 말미암은 임의성 없는 자백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판시한 증거들은 모두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면서 "달리 이를 유죄로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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