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있었네"…치매약 '콜린' 재평가에 반영되나

기사등록 2026/07/28 06:01:00 최종수정 2026/07/28 06:30:23

임상으론 장기 치료 평가 어렵단 의견

실제 진료 데이터 활용 필요성 대두돼

[서울=뉴시스] 최근 약제 평가 과정에서 실제 진료 데이터 활용 논의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임상재평가 기로에 선 뇌 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약제 평가에 실제 근거(RWE)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유토이미지) 2026.07.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소헌 기자 = 최근 약제 평가 과정에서 실제 진료 데이터 활용 논의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임상재평가 기로에 선 뇌 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약제 평가에 실제 근거(RWE)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종근당, 대웅바이오 등 국내 제약회사들은 콜린제제의 경도인지장애 적응증과 관련한 임상재평가 첫 번째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식약처는 해당 자료를 검토한 후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일정을 정하고 적응증 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48주 임상재평가 결과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차 평가 변수인 인지기능 유지와 개선 비율에서는 사전에 설정한 통계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복약 기준을 충실히 지킨 환자군(PPS)을 대상으로 한 보조 분석 등에서는 개선 신호가 파악된 것으로 나타났다.

콜린제제는 뇌기능 개선제로 10여년간 치매 예방약으로 흔히 쓰이고 처방실적이 연 6000억원 이상인 약물로 최근 임상재평가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해당 제제는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효과 미검증 의약품에 대해 과도한 급여가 지급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임상재평가 대상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이후 지난 2020년 치매 진단이 없는 환자에게 콜린 제제를 처방할 경우 약값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30%에서 80%로 올리는 '선별급여 제도'를 도입했다. 대웅바이오, 종근당 등 제약회사들이 콜린제제 급여 축소의 부당함을 따지는 소송을 진행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도인지장애 적응증 삭제 기로에 선 콜린 제제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임상시험 결과 뿐 아니라 RWE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질환 진행이 느리고 환자별 양상이 다양해 제한된 기간의 임상시험만으로 장기 치료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의약품 평가에서 무작위 임상시험(RCT)는 허가와 급여 판단의 핵심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엄격히 통제된 환경에서 약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고령 환자, 동반질환자 등 임상시험에 반영하기 어려운 환자군도 있다.

RWD(Real World Data)와 RWE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언급된다. RWD는 전자의무기록, 건강보험 청구자료 등 실제 진료 과정에서 축적되는 자료를 뜻한다. RWE는 이러한 RWD를 분석해 약제가 실제 환자군에서 어떻게 쓰이고, 어떤 치료 결과로 이어지는지 파악한 근거다.

실제로 콜린 제제와 관련해 최근 발표된 RWD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 51만명의 데이터 분석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군이 비복용군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전환 위험은 10.1%, 혈관성 치매 전환 위험은 16.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규제기관과 보건의료 평가기관은 RWE 활용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이에 국내에서도 국제 흐름에 발맞춰 실제 진료 기반 근거를 약제 평가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약제성과평가를 위한 RWE 생성 가이드라인'에 실제 진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제성과평가에 활용할 근거를 생성하고 보고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담아 발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식약처의 임상재평가 등 직접 심사 기준으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RWE 활용을 고려할 수 있지 않냐고 주장하고 있다. 장기 사용 경험과 대규모 관찰 데이터가 쌓이면 약물 평가 과정에서 이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 현장에서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전 단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 선택지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RWE로 콜린 제제의 장기 치료 가치를 한번 더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엽제제, 니세르골린 등도 약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기전과 적응증이 달라 콜린 제제를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기 재정 절감 관점에서만 접근할 경우 환자들이 의료 시스템 밖의 선택지로 이동해 돌봄 부담과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며 "의료비용 절감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삶의 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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