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오창서 착공식… 2029년 완공·2031년 산업체 개방
초기 빔라인 10기 중 3기 '산업체 전용'… 삼성·SK하이닉스 차세대 소자 연계 R&D
작동 중 소자·배터리 미세 변화 '실시간 멀티모달 관찰'…하루 1PB 데이터 피지컬 AI 융합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국내 첫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인 '한국새빛가속기'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차세대 소자 개발을 지원하는 국가 핵심 연구 인프라로 구축된다. 포항 방사광가속기보다 약 100배 밝은 성능을 바탕으로 작동 중인 반도체와 배터리 내부 변화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어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충청북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다목적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은 2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현장에서 '한국새빛가속기 착공식'을 개최했다.
총사업비 1조 1643억원이 투입되는 한국새빛가속기는 54만㎡ 부지에 둘레 약 800m 크기의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와 가속장치, 12개 동의 지원 시설을 구축하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오는 2029년 12월 완공 후 2030년 시범운전을 거쳐 늦어도 2031년부터 산업계와 학계 연구진에게 전면 개방된다.
◆삼성·SK하이닉스와 차세대 소자 협력…산업 빔라인 3기
신승환 한국새빛가속기 구축사업단장은 착공식 직후 열린 미디어브리핑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기업과 차세대 소자 개발 공정을 방사광가속기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밀착형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미 검증된 단순 측정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의 차세대 소자 로드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 생태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새빛가속기는 초기 빔라인(방사광 추출 관) 10기 가운데 3기를 산업체 우선 활용 빔라인으로 배정한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분야를 전폭 지원하기 위해서다. 사업단은 향후 빔라인을 최대 40기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신 단장은 "산업체 우선 빔라인은 지역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 전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며 "각 빔라인에서 어떤 과학을 수행할지 이용자들과 논의해 완공 직후부터 의미 있는 실험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일본 SPring-8이나 미국 스탠퍼드(SSRL),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등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산업 전용 빔라인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고연비 타이어, 반도체 신소재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해 왔다. 한국새빛가속기 역시 완공 직후부터 산업 현장의 숙원 과제들을 즉각 해결할 수 있도록 기술설계보고서(TDR) 작성을 가동 중이다.
한국새빛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 때 발생하는 강력한 방사광으로 물질의 미세 구조를 관찰한다. 빔에너지 4GeV(40억 전자볼트), 빔 에미턴스 0.1㎚·rad 이하의 최첨단 스펙으로 설계돼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운영 중인 3세대 원형 가속기 대비 평균 100배 이상 높은 밝기(휘도)를 자랑한다. 설계 기준 세계 3위권의 성능이다.
주요 핵심 부품은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약 2년간 시험·검증했으며, 전체 장치의 국산화율은 약 8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재영 포항가속기연구소장은 "밝기가 100배 높아진다는 것은 측정을 100배 빠르게 끝내는 차원을 넘어, 반도체 소자나 배터리가 실제 전력을 받아 작동하는 도중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세 물리·화학적 변화를 실시간 캡처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과거 따로 측정하던 내부 이미징, 전자구조, 원자구조를 한꺼번에 관찰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분석'이 본격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새빛가속기에서는 하루 약 1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단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함께 피지컬 AI 사업을 추진하고, 고품질 데이터를 대량 생산·검증해 인공지능 연구에 활용하는 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다.
AI는 실험 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가속기 운전에도 적용된다. 장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이상을 감지하고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한편, 안정적인 빔 운전을 위한 최적 조건을 제시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신 단장은 한국새빛가속기를 "꿈의 현미경이자 노벨상의 제조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방사광을 어떤 아이디어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한다면 경제적·과학적 파급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착공식 축하 메시지를 통해 "한국새빛가속기는 차세대 반도체와 이차전지, 첨단소재,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할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공사가 차질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정부가 철저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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