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글로벌 가상자산 '실전 무대'로…토큰화·스테이블코인 확산

기사등록 2026/07/27 09:50:20

해시드오픈리서치·SCBX 보고서…해외송금·금융 접근성 수요가 생태계 견인

'필요가 만든 제도- 동남아시아 디지털 자산의 선택과 실제' 보고서(사진=해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동남아시아가 해외송금과 금융 접근성 등 실질적 수요를 바탕으로 토큰화 자산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확산되며 글로벌 가상자산 산업의 '실전 무대'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블록체인·인공지능(AI)·콘텐츠 벤처캐피털 해시드의 정책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HOR)는 태국 대표 금융지주회사 SCBX와 함께 이 같은 분석을 담은 '필요가 만든 제도: 동남아시아 디지털 자산의 선택과 실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5월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시아 블록체인 위크(SEABW) 2026' 기조연설과 비공개 라운드테이블 논의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SEABW는 해시드와 자회사인 샤드랩, SCBX가 함께하는 동남아시아 대표 블록체인 행사다.

보고서는 비자·마스터카드를 비롯한 글로벌 결제기업과 동남아 주요 금융사들이 차세대 디지털 금융의 실험 무대로 동남아를 주목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2024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온체인 거래 규모는 1조40000억 달러에서 2조 3600억 달러로 약 68%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해시드오픈리서치는 동남아가 더 이상 서구의 금융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는 시장이 아니라, 지역 실질적인 필요에 따라 자체적인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는 제도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국통화 기반 디지털 금융시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는 규제 기반 싱가포르달러화(SGD)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태국은 중앙은행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바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프로그래머블 결제를 실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링깃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이슬람 금융과 토큰화의 결합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은 개인을 중심으로 먼저 성장한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달러화 확산을 억제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연간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온체인 거래가 이뤄지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자본 통제 환경에서 달러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연간 약 35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노동자 송금이 유입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망을 보완할 새로운 송금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고서는 동남아에서 기존 오프체인 금융 시스템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블록체인과 토큰화를 통해 해소하는 실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대표적인 움직임 중 하나가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금융과 토큰화의 결합이다. 말레이시아는 국부펀드 카자나 나시오날과 함께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기반한 채권인 수쿠크의 토큰화를 추진하며, 조 단위 달러 규모의 글로벌 이슬람 금융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동남아 각국의 토큰화 생태계 구축에 한국 금융사가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교보증권은 SCBX의 자회사 토큰엑스(Token X), 싱가포르의 SBI디지털마켓과 손잡고 와인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국경 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한국과 태국, 싱가포르의 금융·가상자산 인프라를 연결한 사례로, 동남아에서 구축되는 토큰화 금융 생태계에 한국 금융사가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사람의 개입 없이 수행하는 에이전트간거래(A2A) 상거래가 향후 기업간거래(B2B) 및 기업소비자간거래(B2C)에 버금가는 독립적인 경제 영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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