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나치 순례 막으려…히틀러 생가, 경찰서로 문 열었다

기사등록 2026/07/23 14:33:23

사진·헌화에 나치식 경례까지…극우 발길 이어져

338억원 들여 외벽·창문 바꾸고 경찰서로 개조

공사 잔해도 나치 기념품 될까 비공개 폐기

[브라우나우암인=AP/뉴시스] 22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브라우나우암인에 있는 아돌프 히틀러의 생가에 경찰서가 들어서 공식 개소를 앞두고 경찰 차량이 주차돼 있다. 오스트리아 당국은 해당 건물이 신나치주의자들의 '성지'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유주와 법적 분쟁 끝에 2016년 건물을 사들여 재단장을 거친 후 경찰서로 전환했다. 2026.07.22.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오스트리아 정부가 아돌프 히틀러의 생가를 경찰서로 개조해 22일(현지시간) 공식 문을 열었다. 네오나치 등 나치 추종 극우 인사들이 이곳을 ‘순례지’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나치 범죄에 대한 설명을 거의 남기지 않은 채 외관을 바꾼 것은 과거사를 지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2일 미 ABC뉴스 등에 따르면 새 경찰서는 독일 국경과 가까운 오스트리아 브라우나우암인에 들어섰다. 히틀러는 1889년 4월20일 가족이 세 들어 살던 이 여관 건물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몇 달 뒤 시내 다른 집으로 옮겼다가 이후 독일 남부 파사우에서 잠시 살았다.

극단적 인종주의를 앞세운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홀로코스트를 자행해 유대인 약 600만명을 학살했으며 로마인과 장애인 등 다른 집단도 박해하고 살해했다. 나치 독일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최소 6000만명이 숨졌다. 히틀러는 종전 직전인 194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게르하르트 카르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개관식에서 “오스트리아와 주·지방 당국은 나치 시대의 끔찍한 유산을 직시하고 책임 있게 다루겠다”며 “이 건물과 주소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건물 개조에는 수년이 걸렸으며 공사비 약 2000만 유로(약 338억원)가 투입됐다. 황토색이었던 외벽은 흰색으로 바뀌었고 아치형 창문은 단순한 직사각형으로 교체됐다. 공사 잔해는 나치 추종자들의 기념품이 되지 않도록 비공개 장소에서 폐기됐다.

[뉴욕=AP/뉴시스] 사진은 1945년 5월 7일 독일 항복 소식에 환호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히틀러 가면을 쓴 청년의 모습. 뉴욕 타임스퀘어. (AP Photo/Harry Harris, File)
이 건물에서는 극우 인사들의 히틀러 숭배 행위가 반복됐다. 이들은 건물 사진을 찍고 돌을 기념품 삼아 가져갔으며 꽃과 화환을 놓기도 했다. 2024년에는 독일인 4명이 창가에 흰 장미를 놓고 사진을 찍다가 경찰에 적발됐으며, 이 가운데 한 여성은 나치식 경례를 했다.

건물 앞 기념석은 그대로 남겨졌다. 기념석에는 “평화와 자유, 민주주의를 위하여. 파시즘은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수백만 명의 희생자가 이를 일깨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건물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72년부터 이 건물을 임차해 여러 자선단체에 다시 빌려줬다. 성인 장애인 돌봄시설이 2011년 다른 곳으로 옮긴 뒤에는 빈 건물로 남아 있었다.

정부는 소유주가 매각을 거부하자 건물 소유권을 법에 따라 강제로 넘겨받았다.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가 2017년 이를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오랜 소유권 분쟁이 마무리됐다. 한때 건물을 철거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켐니츠=AP/뉴시스】독일 동부 작센주(州)의 켐니츠에서 27일(현지시간) 극우 단체 6000여명이 모인 과격 시위가 발생했다. 이들은 최근 발생한 35세 독일인 남성 공격 사건의 용의자가 이라크인이라고 주장하며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2018.08.30
전문가위원회는 박물관으로 만들면 극우 인사들의 방문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며 사회복지시설이나 관공서로 사용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는 경찰이 상주하는 것이 히틀러 숭배 장소로서의 상징성을 약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주요 홀로코스트 생존자 단체인 마우트하우젠위원회는 경찰서가 들어서더라도 극우 인사들의 발길이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물 안팎에 나치 범죄를 설명하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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