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소화기·수건 들고 초기 진화…화상 8명 병원 이송
관리비 집행·자료 공개 놓고 주민-관리사무소측 갈등 이어져
전날 밤부터 CCTV 화면 꺼졌다는 증언도…경찰, 70대 입주민 수사
23일 오전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경북 경산시 사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화상을 입은 부상자의 남편인 주민 A씨는 아내가 관리사무소에서 돌아오지 않자 뒤따라 내려가던 중 폭발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A씨는 "관리사무소 쪽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빵 하는 소리가 났다"며 "두세 차례 폭발음이 더 들렸고 검은 연기와 불길이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옷에 불이 붙은 채 뛰어나왔다"며 "처음에는 불붙은 마네킹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사람이었다. 급한 마음에 손으로 옷에 붙은 불을 껐다"고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아내가 보이지 않자 A씨는 관리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아내가 사무소 바닥에 심한 화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었다"며 "현재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여성들의 비명과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다"며 "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을 주민 4∼5명이 달려나와 수건으로 눌러가며 불을 껐다"고 설명했다.
사고 전날 밤부터 아파트 폐쇄회로(CC)TV 화면 일부가 꺼져 있었다는 주민 증언도 나왔다.
A씨는 "아내가 전날 오후 8시40분께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CCTV 화면 대부분이 꺼진 것을 봤다고 했다"며 "이날 오전 7시께 경비실에 가보니 CCTV 연결선이 빠져 있었고 경비실 내부를 비추는 한 대만 작동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 아파트에서 이전부터 관리비 집행과 정산, 관련 서류 공개 등을 놓고 입주민과 관리 주체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관리비 지출 서류를 보여달라는 요구가 계속 있었다"며 "한쪽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맞서면서 말다툼이 잦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관리규약과 아파트 운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현장에서는 감사 관련 내용이 적힌 불에 그을린 서류도 발견됐다.
또 주민들 사이에서는 방화 용의자가 최근 주민대표 선출 과정에 참여했다가 낙선한 뒤 선거함을 훼손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관련 주민 진술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방화 용의자는 이 아파트 70대 입주민 B씨로 확인됐다. B씨는 인화물질을 소지한 채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범행 과정에서 화상을 입었다. 이후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출동한 경찰관에게 제압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받은 소방 당국은 인원 38명과 차량 17대를 투입해 오전 8시48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이 사고로 긴급 3명, 응급 4명, 비응급 1명 등 총 8명이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가운데 3명은 전신 중증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현장 CCTV를 확보해 내부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또 관리비와 관리규약 운영 등을 둘러싼 갈등이 범행과 관련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jikk@newsis.com, k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