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급락 여파 아시아 확산…과잉투자·고평가 우려 확산
일본·대만 증시 4%↓…TSMC·키옥시아·소프트뱅크 급락
"차익실현 과정"…다음 변수는 빅테크 실적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평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반도체주에서 시작된 매도세가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확산됐다. 일본과 대만 증시가 4% 넘게 떨어졌고, 주요 반도체·기술주도 일제히 급락했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39엔(4.4%) 내린 6만3896엔에 오전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반도체주가 급락한 데다, 글로벌 AI 산업에 대한 과도한 성장 기대가 꺾이면서 고평가 부담을 우려한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 증시는 장 초반부터 매도세가 우세했고 오전장 마감을 앞두고 낙폭을 더욱 키웠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홀딩스는 16% 급락한 5만2390엔을 기록했다.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컴퓨터 메모리 기술과 관련한 비아샛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키옥시아에 2억2900만달러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키옥시아 주가는 지난 6월 22일 기록한 상장 후 최고가(11만2700엔)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장중에는 가격제한폭 하한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도쿄 증시 시가총액 순위도 1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사이토 가즈요시 이와이코스모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메타의 과도한 AI 투자와 중국 메모리 업체의 상장에 따른 수급 악화 우려가 겹친 데다 투자심리까지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어드반테스트는 11%, 도쿄일렉트론은 9%, 소프트뱅크그룹은 10% 각각 하락했다. 이들 3개 종목과 키옥시아 등 4개 종목만으로 닛케이지수를 약 2084엔 끌어내렸다.
이날 대만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권지수는 4.46% 떨어졌으며,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는 3.64% 내렸다.
TSMC는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웃돌았지만, 올해 연간 설비투자(CAPEX) 전망치를 기존 520억~560억 달러에서 600억~640억 달러로 높인 것이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투자자들은 호실적보다 반도체 업계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가 향후에도 정당화될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나미오카 히로시 T&D자산운용 수석 전략가는 "TSMC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실적은 양호했지만, 그럼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시장의 기대 수준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화권 기술주도 약세를 보였다. 홍콩 항셍지수는 1.92% 내린 2만4528.57을 기록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텐센트는 1.3%, 메이퇀은 2.4%, 콰이쇼우는 3.3% 떨어졌다. 바이두와 알리바바도 각각 0.7%, 1.3%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4% 하락했고, 인도 센섹스지수는 0.24% 소폭 상승했다. 한국 증시는 제헌절 공휴일로 휴장했다.
아시아 기술주의 급락은 전날 뉴욕증시에서 나타난 반도체주 약세의 연장선이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47% 하락했고, 미국 반도체 ETF인 반에크 반도체 ETF는 4% 가까이 떨어졌다.
암 홀딩스는 5% 이상 하락했고, 마이크론·AMD·브로드컴도 각각 5% 넘게 내렸다. 샌디스크와 미국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ADR은 13%가량 급락했다.
최근 수개월간 급등했던 글로벌 AI 관련주는 투자자들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도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매도세를 AI 산업의 장기적인 펀더멘털 악화보다는 그동안 집중됐던 AI 투자에 대한 차익실현과 포지션 정리 과정으로 해석했다.
라쿠텐증권경제연구소의 쓰치노부 마사유키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장기 하락 추세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스자와 다케히코 필립증권 주식 트레이딩 책임자도 "그동안 쌓여 있던 강세 베팅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관심은 다음 주부터 본격화하는 미국 빅테크의 2분기 실적 발표로 쏠리고 있다. 22일 알파벳, 23일 인텔, 29일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가 잇따라 실적을 공개한다.
AI 투자를 주도해온 이들 기업이 향후 투자 규모와 수익성, 사업 전망을 어떻게 제시할지가 AI·반도체주의 반등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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