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박에 中 물대포…美, 남중국해 경비함 6척 투입

기사등록 2026/07/16 05:00:00 최종수정 2026/07/16 05:02:24

중동 철수 고속경비함 6척 서태평양 첫 투입

싱가포르서 지휘·군수 지원, 필리핀 수비크만 순환 운용

中 해경 물대포·선박 차단에 美도 해안경비대 전면 배치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이 중동에 배치했던 해안경비대 고속경비함 6척을 싱가포르와 필리핀 수비크만에서 운용하고 있다. 중국이 해경과 해상민병대를 앞세워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을 가로막고 물대포를 쏘는 등 압박을 강화하자, 미국도 해군보다 외교적 부담이 덜한 해안경비대 함정을 앞세워 중국 견제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국 해안경비대가 길이 약 47m인 센티널급 고속경비함 6척으로 새로 편성한 ‘원정 경비함 전대’를 서태평양에 처음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어느 해역에도 파견할 수 있도록 만든 이 전대의 첫 파견지가 서태평양이다.

함정의 지휘와 군수 지원은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이뤄지고, 경비함들은 필리핀 루손섬의 수비크만을 오가며 순환 운용된다. 최소 9월까지 이들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미국이 과거 더 큰 해안경비대 함정을 수비크만에 보낸 적은 있지만, 이곳을 거점으로 소형 고속경비함을 운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들 함정은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군의 해상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중동에 배치됐다. 이후 중동 해역에서 해양안보와 기반시설 보호 임무를 수행했으며, 최근에는 오만만과 아라비아해에서 마약·무기 밀수를 단속했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 능력이 없는 이들 함정은 올해 들어 이란전쟁이 격화하자 바레인에서 철수했다. 미국은 철수한 함정들을 새 원정 전대에 편입해 서태평양으로 돌렸다.

전문가들은 미 해군 함정들이 이란전쟁 지원을 위해 중동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해안경비대 함정이 태평양에서 미국의 해상 활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닐라=AP/뉴시스]필리핀 군은 중국 해경 함정이 23일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서 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를 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필리핀 군이 제공한 당시 영상 화면. 2024.3.23
호주전략정책연구소의 유언 그레이엄 비상근 선임연구원은 “미 해군 전력이 호르무즈해협과 중동에 집중된 상황에서 해안경비대는 미국이 다른 해역에서도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평시에는 국토안보부 소속으로 법집행과 수색구조 업무를 수행하지만, 법적으로는 미군을 구성하는 군사조직이다. 이 때문에 미군의 전면적인 배치를 경계하는 국가들과도 비교적 부담 없이 협력할 수 있다. 베트남이나 자체 군대가 없는 일부 태평양 섬나라와 불법 조업·마약 밀수 단속, 선박 검문·검색 등에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해경과 해상민병대를 앞세워 전면적인 무력 충돌은 피하면서 해역의 통제권을 넓히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술을 구사해왔다. 중국 해경함은 남중국해의 자국 군사 전초기지에 보급품을 운반하거나 현지 어장으로 향하는 필리핀 선박을 가로막고 물대포를 쏘는 등 압박을 이어왔다.

미국은 필리핀 내 군사 거점을 늘리고 시설이 부족한 전방 비행장을 군사 작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한편 첨단 미사일 체계를 시험하고 동맹국들과 연합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은 대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경우 주요 작전 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싱가포르와도 현지 해군 시설을 미군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협정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괌과 하와이에 함정을 배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원 경비함’은 파푸아뉴기니와 바누아투 등을 방문해 현지 법집행기관과 불법 조업·마약 밀수 단속을 벌여왔다. 싱가포르와 수비크만을 거점으로 활용하면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훨씬 가까운 곳에서 작전할 수 있다. 새 전대는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을 지원한다.

[서울=뉴시스]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한 암초에 각각 자국 국기를 꽂으며 또다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중국 해경들이 지난 3일 남중국해 '샌디 케이(중국명 톄셴자오·필리핀명 파가사 암초2)'에서 중국 국기를 들고 사진 촬영 중인 모습. <사진출처: 중국 해경국 SNS> 2026.05.06
다만 중국 인근 해역에서 중국의 해양 활동을 억제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은 함정과 함포를 대형화하고 장기간 해상 작전이 가능한 해경 전력을 확충해왔다. 세계 최대급 해경함도 운용하고 있으며 해군·해상민병대와의 작전 연계도 강화했다.

반면 미국 해안경비대는 노후 함정, 신형 함정 건조 지연,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역이 광대한 태평양에서 장기간 작전을 이어가려면 추가 작전 거점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인력과 조직, 기술, 장비 조달 체계를 2028년까지 전면 개편하는 현대화 계획인 ‘포스 디자인 2028’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현역·예비역 인력을 최소 1만5000명 늘릴 방침이다. 2024년 기준 현역·예비역 인력은 약 4만6000명이었다. 2025년 신규 인력 충원 실적은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 의회도 신규 함정과 항공기 도입 등에 약 250억달러를 투입하도록 승인했다. 다만 중국이 해경 전력을 빠르게 키우는 동안 미국 해안경비대는 노후 함정과 인력난, 신형 함정 건조 지연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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