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따로, 살인 따로' 했던 장윤기 수사…경찰 대응체계 도마

기사등록 2026/07/16 05:30:00

특수단, 여청·형사 분리 수사 경위 집중 확인

"범죄 연속성 함께 봐야" 수사체계 개선 지적

[전남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23)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형사과를 빠져나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2026.05.14. lhh@newsis.com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3)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과 살인을 기능별로 분리해 대응하는 경찰 수사체계의 한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같은 피의자의 성폭행·스토킹 사건과 살인 사건이 각각 다른 부서에서 수사된 과정이 강간등살인 혐의 적용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있다.

16일 뉴시스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특수단)'은 15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강간·스토킹 등 장윤기의 별건 범행을 여성청소년과 등 다른 부서에서 나누어 수사해 강간목적살인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별도로 수사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단은 "강력팀이 강간 사건 관련 자료도 공유 받아 기록에 첨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수사팀이 자료를 공유 받았음에도 사건을 통합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배경과 당시 의사결정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장윤기의 직장 동료인 외국인 여성 A씨에 대한 성폭행·감금·스토킹 사건은 여성청소년수사 기능이, 이채원 양 살인사건은 형사과 강력팀이 각각 맡아 수사했다. 현행 체계상 성폭력 사건은 여성청소년수사 기능이, 살인사건은 강력수사 기능이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수단은 당시 여청과 관계자와 수사팀원 등 실무진을 상대로 외국인 여성 스토킹 신고 접수 단계부터 사건 송치까지 전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같은 피의자의 연속 범행인 만큼 사건을 함께 다룰 여지는 없었는지, 왜 별도로 수사가 진행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특수단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별도 수사가 맞지만 같은 피의자의 연속 범행이라면 함께 수사할 여지도 있다"며 "당시 다른 의사결정이나 개입이 있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단은 이 과정에서 강간등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배경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사건을 담당했던 전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모 경감은 조사에서 "윗선에서 스토킹 사건과 살인 사건을 연결하지 못하게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박 경감이 수사팀원에게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며 조사 범위를 제한하고, '성적 동기 개입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주경찰청 과학수사계 면담 결과 보고서와 범죄분석보고서의 '성적 목적' 관련 내용을 누락하거나 제외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과 스토킹, 살인을 각각 다른 기능에서 담당하는 현행 체계가 범죄의 연속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번 사건은 스토킹과 성폭력, 살인을 각각 다른 사건처럼 다루는 현재의 대응 체계가 가진 한계를 보여준다"며 "관계성 범죄는 가해자의 위험성과 범행의 연속성을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지역을 떠나겠다는 말 역시 안전의 신호가 아니라 더 큰 위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며 "현장 경찰이 이를 읽어내고 적극적으로 진술을 확보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기능 간 연계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사건이라도 피해자가 사망하는 순간 형사 사건으로 넘어가면서 기능 간 분업이 이뤄져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복합적인 여성 대상 폭력은 사건 전반을 아우르며 협업하고 조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여성폭력 대응 기능 강화를 위해 내년 3월 출범을 목표로 여성청소년안전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여성청소년범죄수사는 국가수사본부에 그대로 남게 돼 피해자 보호·예방 정책과 수사 기능의 이원화 구조는 유지된다.

일각에서는 관계성 범죄를 보다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수사 기능까지 함께 아우르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