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 성과 인정받아 수상…논문 조작 확인 뒤 22년 만에 취소
"연구윤리 위반 확인되면 논문뿐 아니라 수상·공적 평가도 재검토해야"
적법절차 지키되 연구 현장 행정부담 확대는 경계…포상제도 개선론도
다만 수상 취소까지 20년이 넘게 걸린 만큼 우리 과학계의 윤리 검증과 포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6일 학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황 전 교수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취소를 대통령 재가로 확정했다.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과학기술인에게 수여하는 대통령상으로, 수여와 취소 모두 대통령 재가를 거친다.
황 전 교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 이 상과 상금 3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나 2006년 서울대에서 파면됐고, 제1호 최고과학자 지위와 과학기술훈장 창조장도 박탈됐다.
최고과학기술인상은 당시 취소 규정이 미비해 유지되다가 정부가 2020년 한 차례 취소 처분을 내렸다. 황 전 교수는 사전 통지와 의견 제출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며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취소 사유 자체가 아닌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처분을 취소했다. 대법원은 2023년 4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후 의견 청취 절차를 보완해 지난 3월 행정안전부에 재처분을 요청했다. 행안부가 14일 대통령 재가를 요청해 같은 날 재가가 이뤄지면서 황 전 교수의 수상은 이날부로 취소됐다.
◆"늦었지만 당연"…연구윤리 훼손엔 명예도 재검토
학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조작된 연구 성과에 부여됐던 국가적 명예를 바로잡은 조치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를 통해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이 대부분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근거했는데, 연구 대부분이 부정행위에 의한 결과였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며 "관련 수상이나 서훈도 취소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사필귀정 네 글자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이번 취소가 "과학적 명예와 국가적 포상은 검증 가능한 연구 성과와 엄정한 연구윤리 위에서만 성립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핵심 결론이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조작이 확인된 연구는 논문 철회뿐 아니라 수상과 공적 평가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지원 연세대 의대 교수는 한 연구자의 윤리적 일탈이 논문 한 편을 넘어 후속 연구와 정책 판단, 국가적 권위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모든 연구를 행정적으로 사전 검증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만큼, 제도를 무작정 확대하기보다 연구자 개인의 윤리성과 책임을 과학계의 핵심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년 걸린 취소…"적법절차·포상제도 함께 손봐야"
첫 취소 처분이 절차상 하자로 뒤집힌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민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실체적으로 취소할 사유가 있다는 것은 법원도 인정했고, 문제가 된 것은 절차였다"며 "처음부터 절차를 제대로 밟아 불필요한 소송과 재처분에 따르는 법적·경제적 손실을 줄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포상 철회나 징계처럼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결정에는 적법절차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번 사건의 교훈을 연구 현장의 절차와 보고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부정 검증은 명확하고 비례적으로 진행하되 성실한 연구자에게 일상적인 행정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포상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많이 늦었지만 사필귀정"이라면서도 이미 여러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연구자에게 국가가 다시 '최고'라는 찬사를 주는 방식이 다수 과학기술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자신의 분야를 묵묵히 연구하는 과학기술인들이 함께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국내 학술상의 신뢰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폐쇄적인 위원회 심사에서 벗어나 논문 인용도와 사회적 영향력 등 계량자료를 활용하는 증거 기반 심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벌이나 소속기관을 중시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병묵 교수는 과거보다 연구윤리 심의와 원자료 관리, 논문 검증 절차가 강화됐지만 과도한 성과주의와 기관의 이해충돌, 내부고발자 보호 부족은 여전히 문제라고 짚었다. 특히 인공지능(AI) 도구 확산으로 과학적 글쓰기와 자료 정리가 쉬워진 만큼 허위 인용과 출처 불명확, 데이터 왜곡 위험에 대응해 AI 활용 공개와 원자료 보존, 독립적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계의 평가는 대체로 한 방향으로 모였다. 황 전 교수 개인의 명예를 박탈하는 데서 끝내지 말고, 국가가 과학적 성과를 어떻게 검증하고 명예를 부여하며 잘못을 바로잡을지까지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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