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900억달러' 美 라스트마일 시장 정조준
계단·자갈길도 거뜬…사족보행 로봇 강점 살린다
공장·발전소에서 주택가 배송으로 영역 확대 추진
현대차그룹, 로봇 상용화 속도…'로봇 배송' 현실화
[서울=뉴시스]김민성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사족보행 로봇 '스팟'을 택배 배송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장과 에너지 시설에서 점검 업무를 맡아온 스팟의 활용 영역을 일반 주택가와 물류 현장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스팟이 배송차량에서 주택 현관문까지 택배를 운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시연 영상에서 스팟은 배송차량에서 내려온 뒤 운전자가 적재한 상자 2개를 싣고 주택가 보행로를 이동한다.
이후 몸체를 낮춰 각 주택 현관 앞에 택배를 내려놓고 차량으로 복귀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물류 자동화가 물류센터와 분류 시설을 중심으로 확대됐지만, 배송차량에서 고객의 현관까지 이동하는 마지막 약 50피트(약 15m) 구간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송기사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무거운 택배를 들고 계단과 진입로를 오르내려야 하는 만큼, 스팟을 투입하면 배송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배송기사의 육체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기대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바퀴형 로봇 대신 스팟을 배송 업무에 활용하려는 것은 주택가 환경이 일정하지 않아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주택가에는 계단과 연석, 자갈길, 눈과 얼음뿐 아니라 보행자·자전거·쓰레기통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족보행 로봇인 스팟이 더 안정적으로 배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퀴형 로봇이나 드론은 이 같은 환경에서 현관까지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다리로 움직이는 스팟은 계단과 불규칙한 지면을 이동하기에 용이하다.
보스턴다이나믹스에 따르면 현재 시제품 스팟은 가로 16인치, 세로 12인치, 높이 10인치 크기의 상자 2개를 운반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해당 크기의 택배가 일반 배송차량 적재 물량의 최소 6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스팟이 배송하는 동안 운전기사는 다른 주택에 택배를 전달하거나 다음 배송 물량을 준비하는 식으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보스턴다이나믹스 측 설명이다.
적재 장치에는 택배가 파손되지 않도록 정지 감지 센서와 낙하 속도를 낮추는 받침대도 적용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에 따르면 라스트마일 배송 비용은 전체 공급망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운송업체들이 연간 약 900억달러(약 134조원)를 라스트마일 택배 배송에 지출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재 주요 물류기업들과 스팟 배송 실증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한적인 시연을 넘어 스팟과 배송기사가 함께 하루 200개의 택배를 주 5일 동안 배송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실증 초기에는 스팟이 장애물을 만나거나 이동하지 못할 경우 원격 조종자가 개입하는 방식도 활용할 예정이다.
향후 배송차량 천장에 로봇 팔을 설치해 택배를 스팟에 자동으로 적재하는 방안과 자율주행 배송차량이 여러 대의 스팟을 운반하는 방식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마르코 다 실바 보스턴다이나믹스 스팟 사업부 총괄 부사장은 "물류의 상당 부분이 이미 자동화됐지만 물류 자동화의 마지막 개척지는 최종 50피트"라며 "물류 허브와 분류 시설 내부를 넘어 최종 배송 구간의 간극을 메우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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