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의 47년…'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기사등록 2026/07/14 11:27:03

등단 이후 첫 시선집 출간…91편 수록

이원·이제니·진은영 등 9명 시인 참여

[서울=뉴시스]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2026.07.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979년 등단 이후 47년간 한국 현대시를 대표해온 최승자 시인의 첫 시선집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강성은, 김소연, 김행숙, 신해욱, 이민하, 이원, 이제니, 진은영, 하재연 등 여성 시인 9명이 최승자의 시집 8권에서 91편을 선정해 엮었다. 

최승자는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에 '이 시대의 사랑' 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개인의 상처와 사랑, 죽음, 절망을 시대의 폭력성과 결부해 노래하며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선집 제목은 시집 '즐거운 일기'에 실린 동명시에서 가져왔다. 절망과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끝내 사랑을 놓지 않는 시인의 태도를 담고 있다.

시선집의 첫 수록 작품은 첫 시집 '이 시대의 사랑'의 첫머리를 여는 시 '일찍이 나는'이다. 존재의 무가치함과 허무함을 말하며 시인이 당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비춘다.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마른 빵에 핀 곰팡이/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 년 전에 죽은 시체.(중략) 내가 살아있다는 것,/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삼십 세', '즐거운 일기', '기억하는가', '쓸쓸해서 머나먼' 등 최승자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함께 실렸다.

시선집과 함께 별책 '내 청춘의 영원한'도 출간된다. 참여 시인들은 각자의 글을 통해 처음 최승자의 시를 만났던 순간과 작품 세계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진은영 시인은 해설 '미친 사랑의 노래'에서 "시에 나타난 자기 비하와 혐오에 묘한 친밀감을 느끼고 마치 낯선 타향을 헤매다가 동족이라도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든다"고 썼다.

이원 시인은 처음 최승자의 시를 접한 순간을 언급하며 "최승자 시는 괘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절규도 아니었다. 생생한 펼침이었고 과장되지 않은 토로였고 당당함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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